로컬푸드 일색 푸드플랜에 ‘우려’

‘민관협치’ 위한 민간 역량 강화 필요
농식품부, 속도 조절해 올해부터 민간이 주도

  • 입력 2019.06.23 18:00
  • 수정 2019.06.23 19:0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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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푸드플랜이라는 문재인정부의 통합먹거리정책이 로컬푸드 확장에 머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대전의 한 친환경 로컬푸드 직매장의 모습. 한승호 기자
푸드플랜이라는 문재인정부의 통합먹거리정책이 로컬푸드 확장에 머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대전의 한 친환경 로컬푸드 직매장의 모습. 한승호 기자

‘푸드플랜’이라는 이름표를 단 문재인정부의 통합먹거리정책에 방향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에선 다소 늦은 출발을 한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만, 푸드플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농민단체와 생협 등 먹거리진영에서 여러 우려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지난 11일 열린 ‘푸드플랜의 올바른 추진을 위한 먹거리진영 대응 방안 모색 실무 TF’ 회의에선 “푸드플랜을 한다면서 로컬푸드 유통 정책 일색”이라는 비판이 주요하게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공유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단위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추진방향’ 자료를 보면 푸드플랜에 대한 농식품부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추진된 사업도 앞으로 추진될 사업도 모두 로컬푸드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전남 나주시를 선도모델로 10개 혁신도시 공공기관 급식에 로컬푸드 공급 확대, 강원 화천군과 경기 포천시 등 접경지 시범지역 군 급식 로컬푸드 공급체계 구축 추진단 구성, 경상북도와 안동시 등 학교급식 로컬푸드 시범지역 선정 등의 사업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지자체가 푸드플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마련한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푸드플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로컬푸드의 연장선 정도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가 중심이 돼 푸드플랜을 설계하고 추진하다보니 결국 유통중심의 정책만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편의적, 경제성, 효율성 등으로 나타나는 공무원식 업무 추진도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정부의 푸드플랜 추진이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목소리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부터 지자체까지 유통에 대한 사업만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압회 사무총장은 “로컬푸드도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정책이다. 로컬푸드든 푸드플랜이든 이런 정책을 추진한 배경이 있다. 우리 먹거리, 농식품이 글로벌푸드시스템이 되면서 거대 농기업에 종속되는 시스템을 끊어보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 본질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함께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직된 힘이 전제돼야 이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푸드플랜은 우리 농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정책이다. 지역단위, 국가단위로 우리 농업을 새롭게 재조직하는 정책임에도 그에 따른 민간의 역량을 조직하는 정책은 거의 보이진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민간의 역량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현재의 푸드플랜은 너무 유통사업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송정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도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성장주도적인 경제정책이 지금의 우리 모습을 만들었다. 지금 같은 푸드플랜은 로컬푸드의 대기업을 키우는 방식이 될 수 있다”라며 “누가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유통을 고민하니까 생산이나 소비자 입장 등 오히려 더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못하고, 유통의 편리성이나 유통의 과정에서 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드플랜 성공의 열쇠는 민관협치에 있고, 로컬푸드 확장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푸드플랜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먹거리진영의 목소리다.

이와 관련 나인지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은 “공공급식에 지역농산물을 공급하는 게 푸드플랜을 전체적으로 확장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에 지난해엔 선도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속도가 빠르다거나 민간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서 일방적으로 확산하기 보다는 민간진영과 소통하면서 민간주도로 확산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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