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했던 PLS, 우려가 현실로

  • 입력 2019.06.1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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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현실화됐다. 얼마 전 농촌진흥청은 파에만 써야 하는 약제를 쪽파에 사용하도록 지도해 해당 작목반의 쪽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성장하지 못한 쪽파는 수확하지도, 판매하지도 못하게 돼 농가가 받는 피해가 너무나 크다.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피해는 미흡한 상태로 정책시행을 서두른 정부의 책임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는 PLS는 시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PLS는 국내에 사용등록 또는 잔류허용기준(MRL)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한다.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에 한해, 허용된 기준 내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적용대상 병해충에만 사용해야 한다. 제도 시행을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사용 가능한 농약을 직권등록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농약을 일시에 등록해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과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미흡하다.

관료들은 정해 놓은 시간표대로 PLS 제도시행을 강행했고,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농민들이 우려했던 부작용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농민들은 PLS의 성급한 시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신중하게 도입하기를 촉구한 바 있다. 농민들의 우려는 농사짓는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충고이자 반드시 검토돼야 했던 문제제기였다.

한 필지에 윤작과 간작을 주로 하는 작부체계 상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약제 혼용의 문제, 헬기와 드론을 이용해 항공방제를 하는 경우 인근 농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부의 대응방안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교육과 홍보 확대, 컨설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듯이 농민들의 문제제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번에 발생한 문제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도 PLS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년을 단위로 작물을 키우는 농민들에게 이번 사태는 가벼이 넘어갈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아닌 날벼락이다.

농작물이 성장하는 데는 농지, 씨앗, 물, 비료 그리고 농민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약제는 그 중 하나의 수단일 뿐 그것으로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병충해를 막지 못한다면 1년의 수고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PLS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번 사태는 약제 부적합 사례와는 또 다른 피해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도 시행에만 급급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농민들의 동의 없이 강행한 PLS에 대한 보완이 시급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PLS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생산자 농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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