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4대강 보를 정쟁도구로만 보나

직접 주최한 4대강 보 토론회, 막말과 궤변 쏟아져
두 발제자의 관습법·가뭄주기론이 과학적 근거?

  • 입력 2019.06.16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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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토론회를 빙자한 정권규탄대회를 연 것인가. 4대강 보 개방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직접 토론회를 열고 사실과 과학에 근거한 정책방향을 제안하겠다고 했지만 막말과 선동으로 범벅된 채 끝났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농민과 주민, 전문가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으나 그 내용은 표방한 목적과 달랐다.

이날 토론회엔 자유한국당 지도부들이 대거 참석해 문재인정부 규탄에 열을 올렸다. 황교안 당 대표는 “잘못된 공약을 고집하는 건 독선과 오만”이라면서 “이 정권이 4대강 보를 파괴하겠다면 그 피해에 대해 우리당이 모든 책임을 묻겠다. 보 파괴와 관련해서 누가 이 정책을 세우고 강행했는지 기록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정진석 당 4대강 보 파괴 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은 “4대강 보 파괴는 범죄”라고 단언하며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인 기도에 참여한 공직자나 민간인들은 언젠가 법의 심판대에 설 각오를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같은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4대강 보해체저지 범국민연합 공동대표인 이재오 당 고문은 “4대강 보를 해체하려면 문재인정권을 먼저 해체하는 게 옳다”라며 막말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들은 발언의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지역농민들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사업이 보만 있는 줄 아는데 천만하다. 4대강에 농사짓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나. 이를 어떻게 없애느냐가 숙원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부 밖으로 나가게 해 비료·농약이 안 들어가니 수질이 깨끗해졌다”라며 농민들을 수질오염의 주범인양 지목했다. 애초 4대강 사업은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 아니었단 얘기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토론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두 학자들도 과학적인 근거와는 거리가 먼 발표를 이어나갔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보 논란을 “문명과 반문명,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라 규정하고는 “4대강은 자연강이 아니라 문명강이다”라고 주장했다. 문명강과 자연강이란 이분법적 구분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현재는 (4대강 보 물 주인에 관한)법이 없다. 지역주민들이 수리권을 주장하는 게 해결책이다. 관습법에 따라 수변 수리권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변희룡 부경대학교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나라는 가뭄주기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한 번씩 빠지기도 하지만 주기별로 가뭄이 온다”고 주장했다. 변 교수는 스스로 “아쉽게도 뚜렷한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2025년을 전후로 큰 가뭄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가뭄주기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빠져나간 뒤 빈 자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4대강 보 파괴 저지특위 간사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이 농번기라 농민들이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토론회의 부실한 내용이 인원 동원보다 더 급한 문제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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