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살맛나는 세상은

  • 입력 2019.06.16 18:00
  • 기자명 주영태(전북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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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태(전북 고창)
주영태(전북 고창)

마을에 나이 터울 많지 않게 품앗이 하던 집에서 참밥 장만해오면 “워어이~ 어이~” 악을 쓸 대로 쓰며 들릴 듯 말 듯 거리의 이웃을 불러 같이 술참 나눠먹으며 고된 농사일 격려하고 이겨 묵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그런 광경은 쉬이 볼 수도 없을뿐더러 핸드폰으로 “어서와” 한번 청하고는 오지도 않았는데 밥술 먼저 뜨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보행이앙기를 끌다 수렁에 빠진 걸 건져내는 모습에 “뺏뺏 야왔어도 기운이 씨다”며 칭찬하시던 아재들도 이젠 요양원에 계시거나 작고하셔서 쑥스러운 칭찬 받는 것도 추억으로나 남아있을 뿐이다.

요새 젊은 청년농민들이 시골에 정착하며 대형기계와 여러 장치의 작업기로 농사일을 척척 해대니 그저 입 딱 벌어질 만큼 신기하고 보는 눈은 재미지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기계화와 규모화가 낳은 또 다른 병폐. 그 젊디젊은 시프런 청년들이 기계나 다를 바 없이 우리 삶이 어찌됐건 간에 발등 불 끄느라 여념이 없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부채 또한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양파값이 하락하고 무배추 가격이 하락하고 양념류 농산물 값이 ‘똥끔’ 되었다 한다. 밤중에 엘이디(LED)등 환히 밝히고 작업하는 풍경 또한 새로워진 것인데 그 농산물이 시장으로 출하되는 것이 아니라 저온창고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포장을 한다니, 기계삯이 밀리고 농자재값이 밀리고 외상을 갚지 못하니 지역경제가 주춤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놈이 하나 똑같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 불만이 크다.

농사 가짓수가 다양해지는 만큼 그 연결고리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인근 옆 지자체에서는 양파 폐기지원을 7,000원으로 농민들과 합의를 보았다 한다. 양파 또한 1년 농사로 잡는데 임차농들이 들이는 비용은 7,000원 이짝저짝이라고 한다.

헌데 우리 군에서는 자금이 없어 폐기처분을 5,500원으로 하고 500원은 인력사무실에 위탁을 주어 비닐 등을 철거하는 비용으로 쓴다고 한다. 살기 좋은 귀농 1번지, 한반도 첫째가는 농도와 농군에서 농민들로 사는 게 참 무색하다.

시프런 청년들 입에서 “도대체 무엇이 살기 좋다고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말이 전혀 틀린 말도 아니거니와 각종 품 들이고 돈 들여 하는 축제며 행사들도 그때뿐이고 반짝 쇼에나 지나지 않는다.

보릿고개를 넘겼지만 농산물값 하락으로 돈가뭄 들어 보릿고개보다 더한 민생고를 겪고 있는 이 때다. 이럴 때 현장을 돌아 민생을 안정시키는 그런 군수, 의원들 없을까? 사람 모아놓고 말잔치 멋드러지게 하는 것처럼 대안을 만들어 농심을 달래주면 안 되는 것인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 후보를 만들지도 못하고 ‘그저 저 사람보다 낫겠지’ 하고 막연히 대처했던 우리가, 작금의 현실을 망각하지 않고 우리 문제 우리가 풀려는 직접정치에 열을 올렸다면 이런 대접을 받는 처지에 처해 있을까?

죽 쒀서 개 주는 꼴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는가. 그동안 발품 팔던 우리의 목소리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직접정치의 주인이 되는 그런 날 만들어내야 되풀이되는 참담함에서 벗어날 듯 싶다. 죽 쑤어 개도 주고 두루두루 같이 사는 세상 넘에게 맡겨두지 말고 뼈 빠지게 지어놓은 농사 갈아엎지 않아야, 보릿고개를 넘더라도 돈가뭄에 들더라도 시련 극복하며 어깨춤 추며 서로 위로하며 넘는 사람 사는 세상 같지나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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