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돼지열병 등 재난적 위기, 남북이 함께 대응해야
[이태헌의 통일농업] 돼지열병 등 재난적 위기, 남북이 함께 대응해야
  •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 승인 2019.06.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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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해 공동방역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묵묵부답이다. 이낙연 총리는 최근 일주일 새 남북접경지를 세 번이나 방문해 특별방역대책을 점검했다. 멧돼지는 사살하라는 지시까지 함께 내렸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응답 없는 북한의 태도에 답답해하는 모양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동유럽에서 발병된 후 당초 우려대로 무서운 속도로 퍼져 결국 중국 전역의 양돈농가를 덮쳤다. 그리고 접경지인 자강도에도 제1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되는 이 질병이 넘어 오고야 말았다. 북한식 차단방역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수의방역 전문가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우려하던 일이다. 당시 여러 대북 경로를 통해 이 질병에 대한 공동대응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답을 얻지 못했다. 남북 간의 방역협력에 소요되는 약품에 대해 유엔(UN)제재 예외 조항임을 확인까지 받았던 일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남북이 함께 협력하자는 이번 제안에 대해 북한이 아직도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고, 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국영농장 중심의 축산에서 부업축산과 협동농장의 자율축산으로 정책의 변화를 꾀했다. 단기간에 사육두수를 늘리고 생산성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 반면 이 방식은 가축질병 관리와 방역체계에 허점을 드러내기 쉽다. 음식물의 잔반을 가축에게 급이하거나 도축과 유통과정에서 질병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초기에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할 경우 예상보다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97년 대만과 2001년 영국의 경우 돼지구제역이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각 400만두를 살처분 해야만 했다. 양돈강국이었던 대만은 이로 인해 양돈산업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당해 40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이번 질병은 돼지구제역보다 더 무섭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반도로 퍼질 경우 한반도의 양돈기반이 뿌리 채 흔들리게 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이 협력해서 세계적인 양돈산업을 일궈 볼 터전도 잃게 된다. 질병방역에 관한 지원 또는 협력 제안이 ‘시시껄렁’한 생색내기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의 특성상 남측은 공항과 항만에서 북측은 중국의 접경지에서 이번 전염병을 차단하는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이 과정은 상호 협력하는 공동방역체계로 뒷받침 돼야 한다.

최근 JTBC는 스포트라이트 대탐사 200회 특집으로 백두산 화산의 분출 가능성을 조사·연구하는 사례에 대한 탐사보도를 했다. 백두산의 화산활동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1년부터 미국과 영국, 중국, 그리고 북한이 공동으로 이를 연구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공동연구그룹을 구성, 10년 가까이 협력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들 공동연구그룹인 ‘백두산 지질연구그룹(MPGG)’을 이끌고 있는 영국 런던대학의 하몬드 교수는 “2017년 영국 유엔대표부가 제출한 백두산 화산 국제공동연구에 소요되는 연구기자재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대북제재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며 이례적으로 허용했다”고 밝히고 “향후 한국 측의 공동참여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핵개발과 연관성이 높은 물자임에도 재난대비라는 차원에서 이례적인 승인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농업부문의 국가적 재난은 가축질병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셀마’와 ‘루사’, 그리고 ‘매미’라 불렸던 태풍피해를 경험했다.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았던 재해였다. 유엔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거의 매년 이같은 자연재해에 시달렸다. 한편 미국의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난 5월 기상위성 사진을 분석, 북한이 100년만의 가뭄을 겪고 있다는 ‘가뭄지수’를 발표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남북이 서로 긴급지원을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앞서 함께 재난 대비를 하고, 나아가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이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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