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여성농민이여, 자기 언어를 찾자

  • 입력 2019.06.09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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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여성은 결혼하면서부터 여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느낀다. 결혼과 행복은 같이 오는 것이 아니라 결혼은 자기로부터의 독립이며 이타적인 생활방식으로 접근하는 출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여성들은 자기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부모로부터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결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만드는 꼴이다.

왕자와 공주가 만나서 왕자가 공주를 구해주고 둘이 결혼해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것으로 끝나는 옛날 동화책은 어린이들에게 일찍부터 사기를 치는 것이다. 어떻게 결혼하고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겠는가! 남과 남이 만나서 끊임없이 부딪치며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되는 것인데 말이다.

요는 농촌에서 남성들과 여성들의 언어표현이다. 생활과 생각의 모든 표현은 결국 언어적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인데 너무나 다르다. 여성농민이 어디 중요한 회의나 일정이 있어 외출이라도 할라 치면 말은커녕 남편 눈치 보느라 입 떼기도 힘들다고 한다. 괜스레 애교도 떨어보고 애써서 부지런도 떨어가면서 외출 준비를 해야 한다. 공적인 일조차도 그럴진데 개인적 일은 더더욱 말하는 것이 힘들다. 한국에서 부부간의 대화를 자세히 관찰해보라! 서로의 요구사항만 얘기를 하지 서로의 생각들을 교류하는 대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부간의 진정한 소통과 교류를 통한 공유를 하지 못하는 대화는 말짱 도루묵이다. 대화가 없어진 후 여성농민은 결혼생활의 의미를 자신을 비롯한 공동체의 성숙함과 발전에서 찾지 못하고 아이들과 농사일에 집착을 한다. 집착을 하는 순간 진정한 행복을 찾기는 힘들다고 봐야할 것이다.

같이 운동한다는 농민회와 여성농민회 사이에도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농업정책의 시작인 농민수당을 가지고도 서로 언어가 달랐다. 오죽하면 행정에서조차 “서로 말이 다르냐!”라는 말까지 들었을까. 여성농민도 농민이니 농사에 공익적 가치를 지니는 대가로 농민수당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하는 여성농민측과 일단 정책을 수립하고 보자는 남성농민측의 미묘한 내부 갈등은 상당히 사람을 지치게 하기도 했거니와 운동을 왜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그것이 우리의 모토가 아니었던가!

어쨌건 우여곡절을 건너 이제 전남은 내년 농민수당을 앞두고 있다. 각 시·군 지자체에서도 농민수당추진위 같은 기구를 두고 논의와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곳 나주는 여성농민도 포함하는 농민수당을 추진 중이다. 어떻게 산을 넘을 것인가! 이왕이면 같이 넘으면 힘도 덜 들고 좋지 않는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지금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본다. 즉 지금 우리의 투쟁, 우리의 삶이 거울이 돼야 하지 않는가! 생활 따로 운동 따로 이런 위선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이젠 민주적인 가족이 돼야 하지 않을까? 자유로운 영혼의 연대체로 우리는 살아야 한다. 누가 누구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인정하고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른이라서 아이 앞에 권력이 되고 남자라서 여자 앞에 권력이 되는 그런 시대는 이제 마감해야 한다.

여성농민이여, 이제 우리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자! 그 행복은 새털같이 가벼울 수도 철갑옷처럼 무거울 수도 있다. 각각 행복의 기준은 다를지언정 진정한 행복은 자기 언어를 찾는 것이라 본다.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 행복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여성농민들이여, 자기 언어를 갖고 자기 표현을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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