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바나나 활성화, 농협이 나서나

개별 농가 역량으론 한계 있어
농협중앙회, 유통 활성화 추진

  • 입력 2019.06.0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바나나는 수입과일의 대명사라 해도 좋을 만큼 국민들에게 친숙하고 소비기반이 확실한 품목이다. 농민들이 산발적으로 재배를 시도하고 있는 열대작목 가운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작목이 집중되고 폭락이 일상화된 우리 농업에 대체작목의 하나로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생산을 늘렸다간 농민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누울 자리 보지 않고 발 뻗은’ 어설픈 대체작목의 말로는 당장 최근의 아로니아 사태만 봐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몇몇 농가가 생산을 시도하는 참이지만, 체계적인 준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생산 확대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국산 바나나의 존재와 장점을 알리고 거국적 유통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초록 바나나 유통 문화를 조성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게 어렵다면 소비지에 대규모 후숙·저장시설을 갖춰 유통을 뒷받침하자는 주장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개별 농가의 역량을 벗어난 것으로, 지자체나 농협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자체는 지역의 작부체계를 설계·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 농협은 농가의 생산 이후를 책임질 의무가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나나 재배에 가장 유리한 지자체인 제주도는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 여타 육지부 지자체들도 개별적인 시설지원을 진행하는 정도로, 전체 인프라에 대한 고민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행히 농협중앙회가 최근 국산 바나나 유통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려 하는 낌새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달 21일 제주에서 국산 바나나 유통 활성화 워크숍 개최를 시작으로 대규모 후숙시설 구축 등 유통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농협, 더욱이 중앙회 차원에서의 관심은 국내 바나나 농가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지역농협들이 하나로마트에서 수입과일을 판매하면서 농민들과 마찰을 빚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수요와 상품구색을 끝내 포기할 수 없다면, 바나나 등 열대과일 육성은 농협으로선 농민들과의 고질적인 갈등을 타개할 방편이 될 수도 있다.

고승찬 제주도농업기술원 아열대과수팀장은 “농협이 주도해 판로를 갖추고 농가를 조직하면 바나나 재배는 확대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며 “다만 너무 수익을 목적으로 하다 보면 농가와 분쟁이 생길 수 있다. 바나나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거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