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시설로 몸살 앓는 철원

‘철새마을’ 양지리에 태양광 추진
지역특성 고려 않는 난개발 횡포

  • 입력 2019.06.09 18:00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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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철새마을 강원도 철원 양지리에도 태양광 발전시설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형 축사 난립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주민들 우려가 매우 크다. 더구나 군사작전구역임에도 군마저 동의를 해주는 현실을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양지리는 말 그대로 ‘철새마을’이다. 9월부터 3월말까지 수십 종의 겨울새가 월동한다.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중심으로 기러기류와 수리류, 크고 작은 새들이 겨울 철원의 장관을 빚어낸다.

그 중심에는 ‘토교 저수지’가 있다. 최소 10여만 마리 기러기가 모여 쉬며 아침마다 떠오르는 해를 향해 비상하고, 인근 야산에서 독수리들이 유유히 날아와 둑방에 앉아 깃을 고르는 곳이다.

주민들은 혹한기에 새들이 굶어죽지 않도록 먹이를 주며 보호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생태기행을 하는 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그런데 바로 옆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백종한 한국두루미보호협회 철원지회장은 “수색 중대가 있던 자리인데 사유지다. 부대가 빠져나가니까 태양광이 들어온다는 거다. 그런데 군사작전구역이라 군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동의를 얻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개탄했다. 관할 부대가 주민 동의 없이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오히려 주민 모르게 동의를 해준 것이다.

양지리 주민 배상필씨는 “하나가 들어서면 그 다음부턴 줄줄이다. 저수지 수변이 태양광 패널로 뒤덮힐지도 모른다. 그렇게 될까봐 초장에 막으려는 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 회장은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우리 마을 같은 곳에 축사니 태양광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환경영향평가를 안 하나? 했다면 눈 감고 대충 했을 것”이라며 분개했다.

주민들은 모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큰 의문을 제기했다. 정책 취지에는 동의하나, 시행방법이나 과정이 적절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마다 할당량 채우기 바빠서 정작 지켜나가야 할 지역의 자산들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를 향해 대대적인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 주민들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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