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나나’ 재배 현주소

제주산으로 시작, 최근엔 육지서도 재배
수확 후 상품화 위한 ‘후숙’이 중요

  • 입력 2019.06.07 16:53
  • 수정 2019.06.09 19:4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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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자문 제주농업기술원]

우리나라에서 바나나를 최초로 재배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81년이었다. 생산은 대부분 제주도에서 이뤄졌는데, 현재 세밀한 통계가 남아있진 않지만 대체로 폐작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1984년에 13.3ha에서 319톤을 생산하던 것이 1986년엔 167.6ha에서 3,316톤, 1989년엔 443ha에서 2만881톤으로 급증했다. 한편 통계청의 자료에는 지난 1987년을 기준으로 재배면적이 약 678ha에 달한 것으로 기록돼 있고, 이 중 대부분인 650ha가 제주도에 있었다.

소득 작물로 지위를 굳히던 바나나는 1990년대 초반 우루과이라운드(UR) 체결 여파로 전 농가가 폐원과 작목 전환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10년 이상 이 땅에서 바나나의 씨가 말랐다가, 지난 2006년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제주 농가 두 곳과 친환경 바나나 재배계약을 맺으며 불씨가 되살아났다. 다시 10년이 지나 2016년부터는 제주를 중심으로 바나나를 생산하는 농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친환경농산물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미 수입산이 점령한 바나나 시장을 국내산 친환경·무농약 바나나로 파고든다는 발상이다.

현재 바나나 재배면적은 아직 통계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제주농업기술원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7농가가 17.2ha에서 재배를 마친 상황이다. 육지에서는 포항이나 산청 등에서 바나나 재배를 시작한 극소수의 농가들이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바나나는 25℃~30℃의 온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우리나라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지만 생육이 지속되려면 최소 15℃ 이상의 기온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열대 기후인 제주에서도 여전히 시설 재배에 따른 높은 생산비를 피할 수 없는 작물이다. 보통 6월 이후 묘목을 식재한 뒤, 유지한 온도에 따라 짧게는 8개월에서 길면 1년 뒤 수확한다. 한번 수확한 나무는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에 베어서 퇴비로 활용하고, 함께 자란 흡아를 식재 기준에 맞게 새로 심어야 한다.

고승찬 제주농업기술원 아열대과수팀장. 한승호 기자
고승찬 제주농업기술원 아열대과수팀장. 한승호 기자

바나나는 수확했다고 해서 바로 유통할 수 있는 과일이 아니다. 나무에서 익어버린 바나나는 수일 내로 갈색 반점이 생겨 상품성을 잃는다. 때문에 ‘후숙’이라 불리는 수확 이후의 숙성과정이 상당히 중요한데, 우리가 흔히 보는 노란빛의 바나나는 완숙되지 않은 초록빛의 바나나를 수확한 뒤 숙성을 촉진시키는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유통 직전에 인공적으로 숙성시킨 것이다.

운송 기간이 긴 수입 바나나는 미숙으로 들여온 물량을 국내 업체가 후숙한 뒤 시장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유통이 이뤄진다.몇몇 농가의 실험적 시도로 국내산 바나나가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전망은 밝지 않다.

제주농업기술원에선 도내 바나나 재배농가가 늘어나자 영농지도를 위해 지난해 말 ‘바나나 재배기술과 제주지역 재배실태’를 발간하고 자체적인 실태조사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재배를 권장하고 있진 않은 상태다.

고승찬 제주농업기술원 아열대과수팀장은 “바나나의 경우 맛으로는 수입산과 차별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친환경 상품의 안정성을 강조해야 하는데 아직 홍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바나나 자체가 시장에서 구색상품의 성격도 커서 대대적인 홍보나 판로 개척 없이 재배물량이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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