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토요애유통’ 총체적 부실 맹성토

25억원 손실금, 5억5천만원으로 둔갑 … 뒤늦은 감사 착수에 농민들 시선 ‘싸늘’

  • 입력 2019.06.09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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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경남 의령군이 지역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추진하며 설립한 토요애유통이 총체적 부실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이 되고 있다.

경남 의령군은 12년 전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인 ‘농산물 유통발전 조례’를 제정하며 지역차원의 농산물 유통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지난 2007년엔 농산물 공동브랜드인 ‘토요애’를 선보였고, 2009년엔 ‘토요애유통’이라는 농산물 전문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토요애’는 주5일 근무와 웰빙시대를 맞아 ‘매주 기다려지는 토요일엔 의령농산물을 애용하자’는 뜻과 ‘토요일에 가족을 더 많은 사랑하는 건강한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의령군은 특히 ‘토요애유통’이 전국 최초로 농민이 출자해서 설립하는 대한민국 1호 농산물 유통전문회사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초기엔 십시일반 출자한 농민이 904명이나 되고 지분도 27.7%를 차지했지만 출범 2년만인 2011년 경영전략을 시장환경에 맞춘다는 명목으로 소액주주 정리에 돌입했다. 현재 자본금은 77억원으로 의령군 33억원, 농협 38억원, 농민 6억원이다.

토요애유통은 설립 이후 10여년의 세월 동안 운영과 관련된 여러 논란을 낳았지만, 총체적 비리 의혹이 드러난 건 최근이다. 토요애유통은 올해 2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성환씨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자체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지난해에만 25억원 가량의 손실예상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토요애유통이 공개한 손실금은 5억5,000여만원이다. 결국 이 대표이사는 이를 의령군에 보고했지만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없자 지난 4월 갑작스레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비리 의혹에 불이 붙었다.

이에 의령군농민회는 지난달 28일 의령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요애유통이 설립 취지에 맞지 않은 운영으로 농민들의 원성을 사온 게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라며 “운영과 회계상의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결국 사실로 밝혀지면서 군민들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

의령군농민회는 특히 토요애유통 최대주주인 의령군과 당연직 이·감사를 둔 농협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토요애유통의 총체적 부실은 특정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서로간의 암묵적 동의로 자행된 조직적 사건”이라고 성토했다.

의령군농민회는 또 “지난해 결산만 봐도 분식회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며 현재 드러난 손실액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토요애유통에 투입된 국고보조금이 200억원이 넘는데 일부는 목적과 다르게 쓰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의령군농민회 기자회견 이후인 29일 토요애유통 이·감사 전원이 사퇴했고, 의령군에선 뒤늦게 감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의령군은 지난 3일 “6월 초 감사에 착수한다”며 △2018년 준공한 제2유통센터의 설립과 운영 △유통업자에 지급한 선급금 회수 △저온저장 과정에서 발생한 양파와 마늘의 손실 △포장박스 재고 관리 △외상 매출금 등의 손실 △각종 보조사업의 적정 집행 여부 △예산·회계 및 결산절차의 투명성 등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의령군은 또한 “감사 결과 범죄혐의가 있는 사건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위법하게 보조금을 집행한 경우 이를 회수하며, 손실 발생 사건은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농산물의 유통구조 등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시정·권고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10여년의 세월 동안 의령군이 나서 외부감사를 추진한 적이 없었던 까닭이다.

한편, 농민 출신인 장명철 의령군의원은 “의원들이 의령군의 감사와는 별도로 의령군의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사무조사를 하기로 만장일치의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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