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소득 증가의 열쇠, 품목조합연합회

  • 입력 2019.06.02 20:35
  • 기자명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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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농가소득 증가에 기여한 농업소득

2018년 농가의 평균소득이 4,207만원으로 작년 3,824만원 대비 383만원, 10% 증가했다. 소득 종류별로는 농업소득 28.6%, 이전소득 11.1%, 농업외소득 4.2% 순으로 증가했다. 농업소득은 농작물 수입이 364만원(17.3%), 축산 수입이 200만원(24.9%) 늘어 전년대비 564만원(28.6%) 증가한 반면 경영비는 231만원 증가에 그쳐 2017년 1,005만원에서 2018년 1,292만원으로 287만원 증가했다.

농작물 수입 증가에는 쌀값 상승으로 쌀 총수입이 24.5% 증가한 몫이 컸다. 축산물 수입은 가축 질병이 대폭 줄어들어 닭·오리 등의 생산과 소비가 안정돼 24.9% 증가했다. 이전소득은 공적보조금이 12.4% 늘어 전년대비 99만원(11.1%) 증가했다. 농업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액 인상, 기초연금 지원대상 확대와 각종 직불제 단가 인상의 결과다. 농가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농업소득의 증가가 관건임을 보여준다.

두드러지는 채소 가격 폭락

그러나 농업소득은 불안정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들어 채소가격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토마토 재배면적은 신규 농업인 유입과 타 작목에서의 전환 등으로 최근 7년간 21.3% 증가하였고 파프리카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66.7% 증가했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이들 품목의 실질가격은 최근 7년간 각각 16.1%, 25.1% 하락하였다.

2016년은 폭염으로 작황이 불량하여 가격이 크게 상승한 해였으므로 2015년 기준으로 실질가격 하락률을 계산하면 2010년에 비해 각각 29.2%, 36% 하락했다. 시설원예 작물의 저장기간은 7~10일 정도로 짧아 저장성이 낮기 때문에 과잉생산 시 과일처럼 저장을 통한 수급조절이 어렵다.

노지 양념 채소의 사정도 비슷하다. 마늘 도매시장 경락가격(상품 1㎏ 기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은 2016년 6,011원에서 2017년 6,087원으로 올랐지만 지난해 5,551원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5,150원 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파 도매시장 1kg당 경락가격 역시 2016년 1,101원, 2017년 1,234원 등 오름세를 타다 지난해 819원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654원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양파(상품·20㎏) 도매가격은 5월 16일 1만2,100원을 기록, 1개월 전보다 33.3%나 하락했다. 1년 전보다는 28.3%, 평년 가격보다 20.1%나 내려간 수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조사 결과 이달 이후 본격 수확하는 중·만생종 양파와 마늘 생산량은 평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양파는 재배면적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올라 평년보다 13% 증가한 128만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늘 역시 올해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평년보다 20%나 증가한 37만톤 수확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채소작물의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은 농협 등 생산자조직에 의한 수급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협이 할 일은 농업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는 농산물 판매에서 시장교섭력을 가질 품목조합과 품목조합연합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진은 2018년 5월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열린 토마토전국연합사업의 공동브랜드 ‘K 토마토’ 브랜드 론칭 행사 모습.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협이 할 일은 농업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는 농산물 판매에서 시장교섭력을 가질 품목조합과 품목조합연합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진은 2018년 5월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열린 토마토전국연합사업의 공동브랜드 ‘K 토마토’ 브랜드 론칭 행사 모습.

농협 연합마케팅과 품목전국연합 사업

2011년 농협 사업구조 개편으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가 설립되었지만 경제사업 분야는 중앙회 소속 자회사가 경제지주에 이관되었을 뿐 실질적 사업구조는 변화가 별로 없다. 현재의 농협 판매사업은 수급조절, 생산조절 등의 시장지배력을 갖지 못하고 도매시장에서 다른 도매법인과 경쟁하거나 소매시장에서 다른 대형소매업체와 경쟁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농산물 판매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은 산지유통 핵심전략으로 연합마케팅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8년 2월 현재 광역 연합사업단 12개, 조합공동사업법인 6개, 시군 연합사업단 45개, 조합공동사업법인 39개가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2018년 12월 6일 연합마케팅사업 종합평가회에서 2018년 연합마케팅사업 2조9,000억원을 달성해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연합사업단은 사업의 안정성이 부족하고 조합공동사업법인은 규모가 작고 자율에 맡겨져 주도 농·축협이 분명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못한다. 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은 낮은 시장지배력으로 농가수취가격을 높이기 어렵다.

연합마케팅사업 강화를 위해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는 전국단위 농가조직화를 지향해 지난 2010년 K멜론에 이어 본마늘(2011)과 K토마토(2018)를 전국연합사업으로 확대·발전시켜 왔다. 멜론전국연합사업 ‘K-멜론(2010. 6. 1 출범)’은 6개도 15개 시·군 18개 농협, 18개 공선출하회, 농업인 762명이 참가하고 있다.

사업실적은 2013년 5,468톤에서 2018년 5,431톤으로 유지되고 있다. 마늘전국연합사업 ‘본(本)마늘(2011. 12. 14)’은 5개 도, 13개 농협(깐마늘 가공공장 직영), 1개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참여하고 있고, 사업실적은 2013년 157억원에서 2018년 395억원으로 증가했다.

토마토전국연합사업 ‘K토마토(2018. 5. 24 출범)’는 10개 시·도, 82개 농협(APC 공동선별), 92개 공선출하회, 농업인 1,904명(공선출하회 가입)이 참여하고 있다. 공선출하회 조직육성 및 교육 지원, 토마토 수급조절, 공동브랜드(K토마토) 관리 및 통합마케팅, 소비촉진 홍보 등을 수행하고 사업실적은 2018년 1만6,697톤, 358억원이었고, 2019년에는 3만톤, 65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도매시장 출하가 45%이고 55%는 농협계통 소매(하나로마트와 학교급식 등)와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한다.

사업단은 토마토전국연합사업에 참여한 농가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한 농가보다 1㎏당 75원을 더 받아 전체적으로 4억5,200만원의 소득을 더 올리는 성과를 거뒀고, 공동브랜드인 ‘K토마토’ 포장재를 공동구매해 1억여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출하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마토전국연합 참여농협은 81곳이며 5,283명이 토마토를 재배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적이 있는 회원수는 2,776명에 불과했다.

전체 토마토 생산의 절반은 농협을 통해 출하되고 있으나 농협 출하 중 공선출하회를 통한 것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향후 토마토 수급조절기능을 수행할 의지가 있지만 전체 토마토농가의 절반을 연합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이 어려운 과제다. 시장 교섭력은 크지 않다. 품목전국연합은 양파, 풋고추, 당근 등으로 확대됐다. 작년 11월 15일 출범식에서는 농업인-참여농협-농협경제지주 간 품목전국연합 성공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가 품목전국연합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기존 경제사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경제지주 자회사 경제사업은 농민·회원조합의 자발적 참여와 충성도가 약하다. 자체 경제사업과 경쟁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지역조합의 자발적 참여와 품목전국연합에 대한 충성도, 그리고 이러한 충성도를 담보해낼 수 있는 성과물(높은 수취가격)을 이뤄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이다. 이것은 품목조합연합회의 필요성, 경제사업연합회 방식의 사업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품목농협과 품목농협연합회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목적은 경제사업 활성화, 그 중에서도 농산물 판매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판매사업에 조합원과 회원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품목조합연합회를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장에서 경제사업이 잘 되려면 다양한 품목농협이 육성되고, 품목조합연합회가 전국적 차원에서 동일 품목을 생산하는 농민을 조직해서 시장교섭력을 키워야 한다. 농협의 농산물 판매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농협은 적정 가격을 보장하고, 조합원들은 출하에 대한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 조합과 조합원이 서로 약속을 지키면서 신뢰가 쌓이고, 경제사업은 그런 풍토에서 활성화될 수 있다.

농산물 판매사업을 주도해야 하는 주체인 품목조합과 품목조합연합회의 발전은 더디다. 1999년 농협법 개정으로 품목조합연합회의 설립이 가능해졌고, 2009년 농협법 개정으로 품목조합연합회의 설립요건을 3개 이상의 품목조합으로, 전국을 구역으로 할 경우에는 전국 품목조합의 2분의 1 이상을 회원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방해와 지원시스템의 부재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2001년에 설립인가를 받은 과수농협연합회는 2001년 발기인대회 때는 26개 과수품목농협 전원이 참여하기로 했으나 원예농협과 중앙회의 방해로 출범 시에는 8개 과수조합만 참여했고, 현재는 14개의 과수농협이 가입하고 있다. 참여농협 소속 조합원은 3만8,255명이고 출자금은 34억원이다.

사업은 선플러스 판매(연간 30억원 내외), 과일산업대전 개최, APC와 연계한 품질 및 브랜드관리, 과수우량묘목생산지원사업 등이다. 연합회 공동 브랜드는 회원조합의 브랜드가 지자체의 지원이 많은 것에 밀려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다. 사업 확대에 필요한 시설, 인력, 자금을 회원조합과 조합원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해나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우농협연합회는 힘든 설립과정을 거쳤다. 품목조합인 한우농협을 설립하는 것조차 지지부진했다. 한우농협이 생기면 사업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 기존 축협의 과도한 견제 때문이다. 한우농협은 지역축협 및 농협중앙회와 같이 사료공장, 도축장, 공판장 등 생산 및 유통시설이 없어 기존의 사료회사나 도축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축협 조합원이 한우협동조합으로 가입 시에는 한우 출하, 지원자금의 회수 등의 제재로 영세 한우농가나 차입금이 많은 농가는 가입이 어렵다. 연간 OEM 사료판매 36만1,000톤, 연간 한우판매 3만3,000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협 사업과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농가소득 증대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서 농협이 할 일은 농업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농산물 판매에서 시장교섭력을 가질 품목조합과 품목조합연합회의 발전을 위해서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의 자산과 인력을 품목조합연합회 중심으로 배치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회원조합도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화와 품목별 전문화를 통해 연합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품목조합과 품목조합연합회의 설립 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고 품목조합 설립에 대한 지역농협 및 원예·축산농협의 방해, 품목조합연합회의 설립 운영에 대한 중앙회의 견제와 방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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