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민수당, 농민 직접정치의 시작”

문경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성수 민중당 전남도당위원장

  • 입력 2019.06.02 15:57
  • 수정 2019.06.05 10:4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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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이성수 민중당 전남도당위원장(왼쪽)과 문경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오른쪽).
이성수 민중당 전남도당위원장(왼쪽)과 문경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오른쪽).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전농 광전연맹)과 민중당 전남도당(위원장 이성수)은 지난달 30일 전남도청 앞에서 ‘전남농민수당 조례안 발표 및 주민발의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문경식 전 전농 의장(오른쪽)을 청구인 대표로 해 조례청구 교부신청을 마쳤다. 조례안 발의를 위해 이제 두 주체는 서명 수임자들로 하여금 도내 19세 이상 주민 총수 157만6,735명의 약 1%인 1만5,768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내야 한다. 전라남도(지사 김영록) 역시 농민수당 시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과 민중당이 직접 주민조례 청구에 나선 까닭을 물었다. 

 

청구 대표자를 문 전 전농 의장이 맡았다.

이 : 민중당과 전농 광전연맹은 문 전 의장을 청구 대표인으로 추대했다. 농민수당은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농정이다. 그 첫 장을 펼치는 것이 이번 조례 청구다. 그 의미를 생각했을 때 지난 날 전농 의장을 지내며 한국 농민운동을 이끌었던 문 전 의장은 청구인 대표로 적임자였다. 현재 민중당 농민수당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견해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쨌든 전라남도와 김 지사도 농민수당 실시에 대해 긍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조례 청구는 뜻밖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문 : 농민들의 주장과 도에서 바라보는 농민수당은 견해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조례 청구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농민이 직접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에선 행정부와 입법부만이 정책을 제안할 수 있지만, 지역에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스스로 정책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조례제정을 청구함으로써 농민들은 정책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주민 조례를 청구하는 것이 전라남도의 농정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절충할 부분은 절충하되 우리 농민들이 자주적으로 정책 설계에 참여하고 자부심을 느껴보자는 것이다.

또 지방정부 혼자 만든 농민수당은 공익적 가치의 보상이 아닌 단순 복지 차원의 배급으로 비춰질 수 있다. 농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역할을 하는 대가로 농민수당을 받는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또 농민들이 우리 스스로 농정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조례 청구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민이 스스로 만들기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가.

문 : 농민수당은 복지 차원의 기본소득이 아니다. 농민들이 농업·농촌을 위해 노동함으로써 생산하고 있는 공익적 가치에 대해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보상이다. 전라남도에서는 초기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접근했으나 농민운동가들이 설득에 많은 노력을 들여 일정부분 인정을 받았다.

우리가 주장하는 월 20만원은 (당장 실현될 수도 없지만) 그 공익적 가치에 비교해 많은 돈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다른 계층에 거부감을 줄 소지는 있다고 본다. 이번 주민조례를 통해 농민수당의 당위성을 충분히 전파하고, 또 목표금액은 국가적 차원에서 공익적 가치의 영역과 크기를 토론해보고 정치적 합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실현하고 싶다.

 

이번 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평가한다면.

이 : 농민수당은 앞으로 세상의 방향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기존의 틀 안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하는 것이 농민수당이다. 기본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권의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민중당은 직접 정치를 표방하고 만든 당이다. 이번 전남 농민수당을 통해 직접 정치의 가장 정확하고 구체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이후 한국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후에도 분명 이런 영역에서 많은 시도가 있을 것이고, 처음 시도한 우리로선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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