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맞설 일본농민의 무기는

일본 농민운동 이끄는 노민렌, 일본사회에 ‘농민권리선언’과 ‘가족농’ 소개
박행덕 전농 의장·김정렬 비아캄페시나 ICC, 한국농민들의 활동과 계획 발표

  • 입력 2019.06.02 15:5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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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5일 도쿄 메이지대학에서 일본농민운동전국연합이 주최한 국제 포럼 ‘유엔 가족농 10년과 농민권리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도쿄 메이지대학에서 일본농민운동전국연합이 주최한 국제 포럼 ‘유엔 가족농 10년과 농민권리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기간 중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관계를 과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익을 너무 무기력하게 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국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측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미국산 농산물 시장 개방에 관해 미국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이 진행될 것인 양 서슴없이 발언을 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일본 의원 선거 이후 훌륭한 일이 발표될 것”이라거나 “농업과 소고기 분야를 특별히 논의 중”이라고 밝히는 등 조만간 추진될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이미 두 정상 간 비공식적인 합의가 진행됐음을 내비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농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일본농민운동전국연합회(노민렌·일본가족농운동)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할 농민운동의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표방하는 ‘가족농운동’과 지난해 말 유엔에서 채택된 ‘농민권리선언’의 실질적 이행을 일본 사회에 제시하고 있다.

노민렌은 지난달 25일 도쿄 메이지대학 리버티타워에서 국제 포럼 ‘유엔 가족농 10년과 농민권리선언'을 열었다. 비아캄페시나 및 일본국민의음식과건강을지키는운동전국연합회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2019년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총회 참석 차 일본을 방문 중이었던 한국의 농민들도 발언대에 올라 농민권리선언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시오 사사와타리 노민렌 회장은 개회사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일본에 관세 장벽을 철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농민 보호와 식량자주권이 포함된 농민권리선언에 대해 동의를 거부한 바로 그 나라다”라며 “그래서 오늘 이 포럼이 중요하다. 가족농과 그리고 농민권리선언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또 계속해서 농민들의 투쟁이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포럼에서는 아직 그 내용에 생소한 일본 농민들을 위해 농민권리선언 작성에 참여한 헨리 시마마타 인도네시아 농민 연합(SPI) 정책자문관이 기조발제를 통해 선언의 내용을 설명했으며, 유엔의 ‘가족농 10년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세계식량보장위원회(CFS)의 세키네 요시 교수가 가족농의 개념에 대해 강의했다.

한국의 김정렬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가사와 농사일로 24시간 바쁜 여성농민은 농촌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가족농의 발전은 여성농민에 대한 지원 없이 가능하지 않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농민권리선언은 여성농민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전문에서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는 농민권리선언을 공부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연대단체와 포럼을 발족했고, 또 국가인권위원회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농민권리선언은 여성농민 뿐만 아니라 농촌에 있는 모든 사람과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도 다루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 권리의 이행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각국의 사례발표에서 “한국 농민들과 농민단체는 정부에 농민권리선언 채택을 지지해달라 요청했으나 마지막까지 기권표를 던져 농민의 기대를 배신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농민권리선언은 효력이 없는 종잇조각일 뿐”이라며 “전농은 유엔 농민권리선언이 농민, 토지, 자원 등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식량주권이 실현되어 농업의 가치, 농민의 역할이 보장받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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