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 할 새 사라지는 종자·소농, ‘맛의 방주’에 태우다

  • 입력 2019.06.02 17:59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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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밀랍떡은 지난 2015년 ‘맛의 방주’에 등재된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유산이다. 맛의 방주는 특정 공동체·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고 생산력이나 상업적인 발달 가능성이 있음에도 멸종 위기에 처한 전세계 소규모 먹을거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6년 이탈리아 투린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갯방풍을 등재시키면서 100가지의 음식과 식재료를 맛의 방주에 등록했다. 우리에게 친근한 식혜, 율무부터 제주 푸른콩장, 전통주인 감홍로 등 사뭇 생소한 음식과 식재료도 있다.

맛의 방주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맛은 물론 전통방식으로 농민이나 소규모 가공업체에 의해 생산된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 식품의 원료가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거나 특정 지역에서 긴 세월동안 존재했던 다양한 종의 채소 또는 환경친화적인 가축인지도 평가받게 된다. 무엇보다 그 생산물의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경제·역사적 접점이 있는지도 고려된다.

맛의 방주는 유전자조작 제품이 금지되고 등록상표나 상업적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슬로푸드협회 캠페인과 선언문, 예컨대 원유보호 캠페인, 유전자조작 농산물 생산반대, 지속가능한 어업 등에 따라 생산돼야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00가지의 식재료와 음식을 맛의 방주에 등재했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등재된 음식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해당 작물의 생산자인 농민 또는 어민과 음식 생산자를 유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맛 지킴이 두레, 프레시디아가 조직돼 생산자를 지원하고 전통음식의 활성화와 전통적 생산방법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 개척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 푸른콩장, 연산 오계, 장흥 돈차, 울릉 산채에 대해 프레시디아를 조직, 농가를 비롯한 생산자 지원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이해가 미흡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올해 제주에서 이탈리아 전문가를 초청한 강연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고재섭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는 “2013년부터 맛의 방주를 지정해왔고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앉은뱅이밀을 꼽을 수 있다. 2013년 90톤에 불과했던 생산량이 2015년에는 300톤으로 늘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밀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연질밀인 앉은뱅이밀을 전문적으로 도정할 정미소 확충 등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다양한 종자가 사라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맛의 방주로 지정해두고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협회만의 능력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와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홍보하는 것이 우리 음식문화유산을 지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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