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년 “농업 챙기는 정부책임자 없었다”

경실련 농업개혁위, 지난 2년 농정평가 토론회 개최

  • 입력 2019.06.02 18:00
  • 수정 2019.06.02 20:5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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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그간의 농업정책을 뒤돌아보는 자리가 시차를 두고 열렸다. 지난달 15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토론회가 농정평가에 우호적인 자리였다면, 민간이 주축이 된 날카로운 비판의 장은 지난달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였다. 경실련 토론회에서는 “농정개혁이라는 구호만 있을 뿐 방향도 분명치 않고 변화도 없다”는 평가가 나왔으며, 대선 때 나온 농정공약이 본 궤도에 오르기에 남은 3년이 촉박하다는 부정적 의견이 주된 목소리였다.

지난달 28일 문재인정부 2년의 농정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농정 전반을 평가한 김호 농업개혁위원장(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은 지난 4월 문재인정부의 주요 농정공약에 대한 경실련의 이행실태 평가 결과부터 설명했다. 농정공약 이행실태에 대한 정량적 평가 결과는 △완전이행 3.1% △부분이행 89% △미이행 6.3% △판단불가 1.6%였다. 김 위원장은 “정량적 이행률만 보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정성적 평가 즉 기본방향이나 내용과 수단 등의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농업이 피폐된 요인은 완전시장개방과 기후변화”라면서 “여기서 파생된 현상과 문제들인데,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에는 있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경실련 강당에서 ‘문재인정부 2년 농업정책 평가와 제언' 토론회를 열었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경실련 강당에서 ‘문재인정부 2년 농업정책 평가와 제언' 토론회를 열었다.

 

농지분야 평가를 한 임영환 법무법인 연두 변호사는 “농지법을 개정해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것이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점인데, 현재 농식품부의 농지정책은 단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 변호사는 “특히 농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있어야 하나 정부 입장과 달리 여전히 농지의 소유현황과 임대차 실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농지는 부동산이 아닌 식량생산의 기반, 농업환경보전의 관점으로 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수미 청년농업인연합회 정책연구소 부장은 문재인정부에서 첫 선을 보인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청창농지원사업)’을 토대로 청년농민 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청년농민 1만명 육성 목표를 밝히며 40세 미만 청년농민들 중 최대 3년간 월 100만원의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청창농지원사업을 시행해 올해 2년차에 접어들었다.

신 부장은 “이 정책은 청년창업농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책이지만, 출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시작했다”고 말머리를 꺼냈다. 그 이유로 “창업이 어려운 청년들을 지원하자는 정책이지만 영농을 승계해 기반이 있지 않으면 선발되기 어려운 기준이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문제는 사용처의 제한이다. 지난해 지원금 사용내역이 방송을 통해 비판받으면서 정부가 사용처 전수조사를 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필요한 곳에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제한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신 부장은 “청창농 지원금은 미래 농업인 육성을 위한 투자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청년농민들이 처한 상황과 처지에 맞는 다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성농민 정책에 대해 발표한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농산물의 수요공급이라는 당면과제에 있어 국가적, 지역적 장기계획을 농민들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문재인정부 농정은 농민과 소통하지 않고 소비자 중심 논의만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농업생산기반의 감소는 물론 수급정책의 실패는 자명하다”고 총평했다. 또 오 정책위원장은 “성평등 사각지대인 농어촌 지역에서 여성농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전담부서가 없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농식품부 내에 우선 농촌여성정책팀이 신설될 계획인데 2020년 반드시 독립된 과로 전환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직불제 개편안과 농민수당에 있어서도 여성농민이 차별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정책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수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은 “지난 2년 문재인정부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앞으로 3년 역시 암담하다”고 평가하면서 “농업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 부장은 농민이 중심이 돼 도입되고 있는 ‘농민수당’과 정부관료 중심 ‘직불제 개편’ 논의에 대해 “보다 농민 중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둘의 공통점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고 이에 기여하는 농민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는 점을 토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산물 가격보장, 농지문제 해결, 농민수당과 직불제 확대, 통일대비형 농업이 향후 농정의 주요 과제”라고 제안했다.

김기흥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재인정부의 친환경농정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농식품부가 2019 업무보고에서 사람중심의 농정개혁을 본격화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친환경농업의 가치와 실천 노력과 그 지향점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만 그 어디에도 친환경농업이 언급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무농약과 유기농 두 가지만 남아있는 현재의 친환경농업을 환경과 안전, 생태, 공동체 이념 등의 가치가 유기농업을 통해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실장은 농산물 가격 분야에 대한 평가에서 “현 정부가 쌀값유지를 큰 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20년간 쌀값은 제자리이고 경영비는 48% 올라 사실상 소득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공약집을 지적하며 “유통에 있어서 가격과 판로걱정을 덜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농정공약을 돌이켜 보면 공약자체도 뜬구름이고 이행 역시 지지부진하다”고 평가하면서 “농산물 가격안정은 농민과 농업을 지키는 기본이다. 단기적 현상에 불과한 2018년 농업소득 증가를 침소봉대 할 것이 아니라 생산비와 농가부채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직불제 개편은 반드시 수급정책 개편과 함께 설계돼야 소득과 수급불안 문제도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최덕천 상지대 교수는 “문재인정부 2년 전문가 설문조사 때 보니 가장 나쁜 점수가 인사실패였다. 사람중심의 정책이라더니 사람을 제일 못썼다”면서 “지난 10년과 다를 것이란 기대 속에 맞은 문재인정부라서 그런지 더 큰 실망들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남은 3년 얼마든지 개선하고 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전환기라는 점을 명심해서 지방소멸 문제라든가 농지단속 문제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날 객석에서 토론내용을 듣던 장경호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실 행정관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어렵사리 답변에 나선 장 행정관은 “농정의 변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기존 방향을 돌리기 위해 새 정책을 집어넣으면서 혼재돼 있는 상황이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어 “농정의 가치와 방향전환이 다소 느릴지언정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 찾아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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