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업’ 세계적 학자와 농민들, 충남 홍성서 마을간담회 열어
‘농민농업’ 세계적 학자와 농민들, 충남 홍성서 마을간담회 열어
  • 원재정 기자
  • 승인 2019.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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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흐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명예교수 “경관·청년·돌봄농장 갖춘 홍성, 인상 깊어”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 모인 100여명, 네덜란드 북프리지아숲 사례 진지한 경청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민농업’의 세계적 학자인 플루흐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명예교수는 지난달 19일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 최근 중국대학교에서 농촌사회학을 연구하면서 “한국의 농업도 중국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던 플루흐 교수는 국회 국제토론회, 경북 상주 방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간담회, 농촌사회학회 참석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28일 출국 전 서울 인사동에서 모임을 한 플루흐 교수는 “한국 농촌은 농민들의 역동성이 가득하다”며 소감을 전했고 “그런데 왜 농지에 축사가 세워지고 시설하우스가 들어서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달 22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서 ‘농민들’과 연 마을간담회가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경관이 있고, 청년들이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 돌봄농장과 같은 농업의 사회적 역할들이 어우러진 소중한 농촌이라는 것과 이 모든 것을 그 지역 농민들이 만들어 간다는 의미 있고 소중한 사례”라는 것이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플루흐 교수를 초청해 열린 ‘2019 농촌마을정책 작은 국제학술행사’를 지면에 담는다. 행사는 충남연구원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이 공동주관했다.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마을학회 일소공도 제공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마을학회 일소공도 제공

 

늦은 오후 4시 30분.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 100여명이 모였다. 플루흐 교수는 네덜란드 북프리지아숲의 사례를 통해 지역을 스스로 조직하는 농민들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북프리지아숲 생울타리 지키며 성장한 농민들

북프리지아숲은 네덜란드 북부지역에 있는 곳으로 낙농이 가장 중요한 농업 형태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형성된 매력적인 ‘생울타리’ 경관이 특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경관,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결국 문제가 됐다. 네덜란드 정부가 뛰어난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퇴거조치를 내린 것이다.

농민들은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농민의 방식’으로 경관을 보호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과 함께 생육환경을 농민들이 짜게 해 달라, 그에 따른 보상도 필요하다고 전하면서 만약 정부가 농민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생울타리를 자르겠다고 엄포를 놨다. 농민들의 긴 투쟁은 정부를 물러서게 했다. 이 사건은 이후 ‘지역을 농민들이 스스로 조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북프리지아숲 지역엔 지역을 관리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농민들 힘으로 생울타리 관리도 지켜내고 덩달아 수입까지 생겼다.

플루흐 교수는 “당시 농민들은 생산비는 오르고 농산물 값은 떨어져 ‘수익 쥐어짜기’에 직면해 있었는데, 북프리지아숲은 달랐다. 지역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농민들의 대응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25년 전에 30명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은 현재 1,000여명으로 양적·질적 발전을 이뤘다.

농민들은 프로그램도 만들었는데, 이 지역 생물들을 더욱 보호한다거나 생산비를 줄이는 방안 등에 머리를 맞댄 것이다. 낙농지역이라는 특성을 살려 가축분뇨를 거름으로 만들어 투입비를 줄이고 토양을 살렸다. 비옥한 토양에서 양질의 조사료를 길러 소에게 먹이다보니 우유 품질도 좋아지는 등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생물다양성→거름 개선→토양 개선 →생물 개선→동물 개선 단계를 거쳐 결국 생태계가 개선되는 방식이다.

플루흐 교수는 “농민들이 투쟁하는 방식엔 3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인 투쟁, 생산현장에서 지주와 같은 갑에 대한 은밀한 방해투쟁, 그리고 노동방식의 재조직화방식”이라면서 “마지막 투쟁방식이 지역에서 농민들만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참신성을 발휘해 정부나 먹거리제국(거대 농기업)도 발을 딛지 못하는 새로운 길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 다른 지역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농민을 쫒아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지역은 농민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농민들의 지식을 무기화 하라, 지식이 강력한 무기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충남연구원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은 지난달 22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플루흐 명예교수를 초청해 ‘2019 농촌마을정책 작은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했다.
충남연구원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은 지난달 22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플루흐 명예교수를 초청해 ‘2019 농촌마을정책 작은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했다.

 

농사짓고 공부하는 홍성 농촌마을, ‘청년 품고, 돌봄 실천’

네덜란드 농민들의 저력을 북프리지아숲 사례에서 확인했다면, 한국 농민들의 저력은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을 오랫동안 분석하고 있는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장곡면 도산리에 있는 ‘홍동저수지’는 한국 유기농업의 기원을 이루는 홍동면 일대 논농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초중반부터 홍동면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던 농민들 중 일부가 상류지역인 장곡면에서도 유기농업을 실천해야 한다며 이주했고, 유기농업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홍동면과 장곡면은 지역사회 발전을 지향하는 여러 조직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농촌마을이다.

김정섭 연구위원은 2017년 1월부터 12월까지 이 두 농촌마을에서 활동하는 39개 지역의 조직에 대한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은 아예 도산2리에 살면서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 왔다.

플루흐 교수와 통역을 담당한 최민영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마을학회 일소공도 제공.
플루흐 교수와 통역을 담당한 최민영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마을학회 일소공도 제공.

 

쌈채소를 생산하며 청년들이 농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된 ‘젊은협업농장’과 원예작물을 생산하며 정신적·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다시 사회구성원으로 설 수 있게 하는 ‘행복농장’이 ‘농민들 스스로 조직하고 지역사회 변화를 이끈’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정민철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상임이사는 “플루흐 교수의 발표에서 농업환경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며 “농식품부가 지난해 3곳을 지정한 데 이어 올해도 3곳을 지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밝히면서 우리한테 왔었다. 홍동저수지 환경 개선을 목표로 1개 리만을 농업환경프로그램 지역으로 설정하려던 정부 계획을 장곡면 상류지역과 홍동면 하류지역 결합방식으로 역제안했다. 현재 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정 상임이사는 “농촌마을의 변화는 꾸준함을 바탕으로 작은 조직을 큰 조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업환경프로그램이 단지 농민수익 증대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의미가 있고, 실천방향은 우리가 고민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농민화와 관련해, 청년들을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인재로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의 고민이 한국농업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지점이다”고 덧붙였다.

플루흐 교수는 “홍성은 경관이 아름답고, 청년들도 많고, 돌봄농장도 있다. 아름다운 이 사례들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정부를 설득하라. 이 모든 자산을 농촌사회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민하고 결합하고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농민들은 매우 열악하고 우호적이지 않은 구조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절망을 느낄 수 있다. 사실상 농민의 모든 삶은 투쟁이다. 유럽에서도 다른 농민들이 농촌의 긍정적 사례를 보면서 과연 우리 현실에 적용이 가능할지 의심한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북프리지아숲은 30명이라는 작은 규모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 강하고 새로운 조직체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작더라도 참신성을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자. 그것이 중요하다”고 격려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누구하나 자리에서 들썩이는 법이 없었다. 통역을 하거나 직접 영어로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참 이어졌다.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마을학회 일소공도 제공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마을학회 일소공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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