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아로니아 사태, 어디부터 잘못됐나

  • 입력 2019.06.0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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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단양 아로니아 사태는 신소득작목이라는 허황된 유혹에 군정과 군민 모두가 놀아난 참담한 사태다. 단양군(군수 류한우)은 신소득작목으로 아로니아 재배를 장려하며 2013년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센터)를 설립하고 6년간 46억5,100만원(시설투자 제외)의 혈세를 투입했다. 그러나 센터 위탁운영을 맡은 단양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대표 홍용식, 영농법인)은 2015년 무렵부터 심화된 만성폭락 사태와 맞물려 매년 영업손실을 군 지원금으로 메우는 데 급급한 꼴이 됐다.

단양군의회(의장 김영주)가 사업의 무의미성을 지적하며 지원예산을 삭감했지만, 영농법인은 의회를 비난하고 나섰고 단양군은 계속해서 의회 결정에 반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단양군 아로니아 육성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 및 진상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게 됐으며 최근 그 속력에 가속이 붙고 있다.


군정 실패에 편승한 영농법인

우선 단양 아로니아 사태는 명백한 군정 실패다. 품목 불문 모든 농산물의 폭락 빈도가 해가 다르게 잦아지는 상황에서 군이 아로니아라는 물꼬를 터주자 농민들은 자연스레 그리로 몰렸다. 전국적 식재 유행과 수입이라는 예측가능한 변수가 있었음에도 단양군은 묘목을 지원하고 센터를 지으며 ‘인위적으로’ 아로니아 재배를 유도했다.

결국 그로부터 2~3년이 지나지 않아 아로니아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소위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정책의 전형이다. 이에 대해선 류한우 군수도 “유행 타는 건강보조식품 농작물 특화사업을 성급하게 추진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문제는 영농법인이 이같은 군정 실패에 편승했다는 점이다. 경영진단 결과를 보면 영농법인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112.3%의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매출총손실율은 44.7%에 달했다. 역량 밖의 일에 무리하게 매달려왔다는 뜻이다.

비록 영업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전국적인 아로니아 폭락에 있을지라도 영농법인이 매년 뻔히 예견되는 영업손실을 수억원씩의 혈세로 꼬박꼬박 메우는 특혜를 누려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만성 적자가 극심해진 지난해에 버젓이 재계약 신청을 올린 시점에서 단양군의 도의적 책임범위조차 벗어난 지 오래다. 요컨대 단양군의 군정 실패와 이에 편승한 영농법인의 특혜 향유가 현재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의 본질이다.


단양군의 이유 모를 영농법인 사랑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단양군의 책임을 단지 군정 실패로 덮어두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의회가 센터에 대해 타당한 문제제기를 하고 예산을 삭감했을 때 상식적으로 군은 계약이나 사업의 변경 내지 정리를 고민했어야 했다. 하지만 단양군은 도리어 영농법인에 7,000만원의 경상보조금을 우선 편성하고 삭감된 지원예산 3억7,000만원 전액 추경 편성을 추진했다. 군이 영농법인을 위해 의회에 정면으로 대항한 것이다.

의회의 아로니아 진상조사 특위에 출석한 단양군 농산물마케팅사업소장은 “의원님들께 무릎이라도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고까지 말하며 예산 편성을 간청했다. 영농법인 출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회계감사나 경영진단 결과를 봐도 심대한 손실이 생길 상황은 아니며 사업을 무리하게 지속한 영농법인 측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납득하기 힘든 설명이다.

의회 특위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특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허술한 사업계획서를 받아들여 재계약을 체결한 점, 센터 무상임대에 수익금도 환원받지 않은 점, 재무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 다양한 내용이다. 행정기관인 단양군이 필요 이상으로 영농법인을 감싸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단양군 마케팅사업소 측은 현재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의회·농민들 진상조사 쌍끌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선 단양군과 영농법인 간 모종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로니아 사태 문제를 초반부터 주도적으로 제기한 단양군농민회(회장 박남진)는 영농조합에서 횡령 등 불법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회계감사 결과 이미 탈세 사실이 드러난 바 있으며 포장재 지원사업 신청서류에서 명단 및 서명이 위조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농민회는 군민들의 뜻을 모아 검찰수사 및 감사원 감사를 집단청구했으며 최근 일부 수사가 시작되고 있다.

군의회도 진상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사태 초기엔 영농법인 측이 의회를 규탄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농민회가 반박 의견을 내고 의원들이 다양한 의혹에 대한 자료를 수집·제시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돼 있다. 의회는 최근 군을 대상으로 진상조사 특위를 면밀히 진행하고 있으며 당초 영농법인 측의 반발에 대해서도 “의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 규정하며 엄중 대처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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