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달래기용 ‘19조원’이 부럽다

  • 입력 2019.06.0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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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미·중 무역 전쟁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양국 간 협상이 진행되는 모양새가 심상찮다.

그 여파가 어디까지일까 싶어 뉴스를 계속 확인하고 있는 찰나, 눈길을 사로잡는 미국 측 발표가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농업분야 피해가 예상되자 농가에 160억달러(약 19조원)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관리국에 2020년 예산안 4조7,000억달러를 제시했으며 그 중 농무부 예산은 약 1,500억달러로, 전체의 약 3.19% 수준이다. 이번에 농가에 지원할 160억달러는 농무부 1년 예산의 10.6%에 달할만큼 꽤 파격적인 규모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미국 농가가 겪을 피해액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긴 어렵지만, 그 타격을 분산시키고자 농가 지원을 결심했다는 그 노력만큼은 인정해줄 필요성이 있다.

물론 일각에선 농촌지역이 트럼프의 ‘표밭’이라 불릴 만큼 핵심 지지층에 해당하므로 내년 재선을 위한 ‘지지층 달래기’란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나, 무역 전쟁에 의해 그 어느 분야보다 가장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란 해석도 분분하다.

우리나라도 선거철 농촌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지만 대부분 현장에 찾아와 옷을 걷어붙인 채 모 몇 포기 심은 뒤 기념촬영에 전념하거나 그저 말뿐인 농업정책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농식품부 장관마저 총선을 위한 한 줄 경력 채우기가 돼 버린 게 감출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공급 과잉에 의해 농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양파 한 품목만 봐도 정부가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농민들은 농번기 바쁜 일손을 뒤로하고 정부에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귀를 막아버린 듯 동떨어진 수급대책만을 내놓고 있어서다.

재선을 위한 농촌 표심 달래기라 할지언정 정부가 ‘농가’를 위해 19조원이라는 예산을 지원한 미국이 어떤 면에서 참 부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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