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원유 납품가 현실화하라”

1만여 낙농인 총궐기대회…경영회생대책 촉구도
낙육협 지도부 삭발, 이날부터 단식농성에 돌입

  • 입력 2008.06.22 12:46
  • 기자명 손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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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17일 낮 12시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농가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목장원유가 현실화 및 경영회생 대책 촉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서 낙농인들은 “제반비용이 지속적으로 폭등, 경영난으로 폐업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며 목장경영과 우유재생산을 위해 목장원유가(우유납품단가) 현실화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한미 FTA에 따른 최대 피해 품목은 낙농육우산업”이라며 한미 FTA 비준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 한국낙농육우협회가 17일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낙농가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목장원유가 현실화 및 경영회생 대책 촉구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이승호 회장은 대회사에서 “여러분들의 소리는 대한민국 국회에 전달되고 있다. 여기 많은 국회의원들이 오셨다. 원유가 현실화 꼭 관철시켜내자. 말 안 들으면 잘 듣게끔 하자. 유업체의 안은 터무니없다. 우린 납유거부까지 결의했다. 넉넉잡아 1주일만 밭에 갖다버리면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전 의장은 규탄발언에서 “역사는 투쟁하지 않는 민중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 정부가 겨우 내놓은 추가협상도 이 땅의 국민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구걸은 오래가지 않는다. 7천 농가만 남은 낙농은 식량주권을 위해 지켜져야 한다. 데모 안해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연대사에 나선 농민연합 윤요근 상임대표도 “젖소 송아지 얼마냐고 물으니 20만원 한단다. 우리 옆집 개는 어제 30만원에 팔렸다. 우리의 요구는 바로 우유값의 현실화”라고 말해 농가의 갈채를 받았다.

이날 단상에 오른 민주노동당 강기갑 원내대표는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강 원내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것만큼은 재협상할 수 있도록 농민들의 힘을 모으자”고 말하고, “농민들이 더욱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대회 도중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포함, 10여명의 국회의원이 단상에 줄줄이 올라 머리를 조아렸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잘못된 것은 인정하나 거리에서 계속 있으면 안된다”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와 총궐기대회 등의 자제를 요청했다. 정 의원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생각보다 야유가 적다”고 말해 농가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승호 회장, 김태섭 부회장, 이명환 청년분과위원장 등을 포함한 지도부의 삭발과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고, 사료값 인상과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상여 퍼포먼스와 화형식도 치러졌다. 화형식 도중 대표자들이 우유 납품가 현실화를 촉구하며 원유를 온몸에 끼얹자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총궐기대회를 마친 뒤 국회 앞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한 뒤 지도부 단식을 포함한 농성에 돌입한 상태이다. 낙농육우협회측은 “4년째 원유가가 동결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업체 원유공급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유업체가 원유수급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경 총궐기 참석자들이 타고 온 버스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버스 전체에 큰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아 주최측과 경찰을 긴장하게 했으나 다행히 화재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불길은 곧 잡혔으나 버스는 전소돼 4천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손원진·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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