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농부가 만든 색다른 장터 ‘당장’

  • 입력 2019.06.02 18:00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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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한창 모내기 시기인 지난달 25일, 충남 당진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당진시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농산물 가공품을 만날 수 있는 당진 농부들의 장터 ‘당장’이 열렸다(사진). 당장은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터로서 기존의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나 농산물직거래장터하고는 차원이 다른 공유농업을 추구하고 있다.

당장을 기획·운영한 권민진씨는 “농부가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시장이다. 그동안 다른 직거래장터는 기획자나 행정에서 천막을 쳐주고 테이블을 설치해주면 농부들은 농산물만 갖고 나와 팔았다면 여기는 농민들이 직접 간판도 만들고 아이들 놀이기구나 볼거리도 제공하며 설치까지 직접 스스로 한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당장 참여가 교육의 연장선”이라면서 “참가 자격은 파머스마켓 기획과정에 100% 출석한 농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5회를 운영했는데 처음에 한 품목만 재배하던 농민들이 지금은 다품목 소량생산으로 바뀌었고, 일회용 그릇을 사용하다가 환경을 생각해 식기를 닦아 사용하는 등 농가들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한만호 당진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장도 “당장은 대농보다는 중·소농에 맞는 사업으로서 초기에 관이 개입해 운영을 도왔지만 앞으로는 점점 참여농민들 스스로 운영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팀장은 “당장은 매년 1월에 참여농가의 신청을 받아 지난해 3회, 올해 2회 개장했는데 한여름과 한겨울을 피해서 연간 6회 개장할 계획이다. 농부들이 지난번에 서울 마르쉐장터도 견학하면서 당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왔다는 최효림씨는 “주말에 아이들 볼거리와 놀이기구가 많은 농업기술센터를 평소 자주 왔는데 농부들이 직접 생산하고 가공한 먹거리 구입은 물론 가공체험까지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여기 농부들은 장사보다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먹거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주며 소통하려 하고, 농산물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하며 친환경농산물이어서 믿고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허브 농사꾼 이채원씨는 “당장에 두 번째 참여했는데 재미도 있지만 물건이 잘 안 팔릴 때는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양대파 농부 김도혜씨는 자신의 특허품인 양대파 판매대신 토끼풀꽃으로 유치원생들에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워주고 사진을 찍어줬는데 이날 당장에서 최고의 체험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당장에 참여한 농부들은 “농산물을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한 달에 한 번쯤은 소비자들과 대화도 하고, 참여 농부들끼리 갖고 나온 먹거리를 나눠 옛날 장터의 인심을 재연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당장은 특별한 브랜드로 변신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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