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아무 것도 없는 문재인정부 농정 2년

  • 입력 2019.05.26 21:18
  • 기자명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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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민들은 밥 한 공기 300원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부터 6차례의 상경투쟁을 전개했다. 눈비 맞으며 1박 2일 투쟁을 전개한 것도 모자라 2019년엔 유례없는 3월 농민대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쌀 목표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야당은 장외로 나갔고 여당은 속수무책이다. 조롱과 막말과 철 지난 색깔론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판을 개판으로 만드는 것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술이라니 할 말이 없다. 대통령은 애초에 농업에 관심이 없고 여당은 이제 자리가 바뀌었으니 정부 편에 서야 하고 야당은 변변한 전투력과 대안도 없이 무작정 정부 정책에 반기만 들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무능하기 경쟁을 하고 있다.

직불제 개편안이 기습 발의된 지 6개월이 흘렀다. 정부는 변동직불제 폐지이후 쌀값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자동시장격리제는 무늬만 있고 속은 비어있다. 직불제 예산을 어느 정도 책정할 것인지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다던 직불제 개편 민관 토론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주도 직불제 개편에는 다섯 가지가 없다. 농민, 가격 대책, 예산확대 방안, 직불제 부당수령 대책, 농민수당제 도입이 없다.

문재인정부는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농촌에 사람이 돌아오려면 일단, 지금 농사를 짓는 사람부터 행복해야 한다. 아무리 농사지어도 땅 한 평 마련할 수 없는 농촌, 제 손으로 기른 농산물을 제 손으로 로타리 치는 농촌, 투잡·쓰리잡해야 먹고사는 농촌에 어느 청년과 도시민이 오겠는가. 땅 투기꾼들의 농간으로 전국의 농지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도시근교는 더욱 심각하다. 농지는 농민의 손을 떠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정부는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농지규제를 완화했다. 정부의 농지대책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할 의지도, 임차농을 보호할 대책도, 농지확보로 식량자급률을 올리고 통일을 대비한 농정 계획도 없다.

월동 무, 월동 배추, 당근, 대파, 양파값이 폭락하고 하고 있다. 마늘의 경우 중간상인도 거래를 포기했다. 늦어도 4월 초순에는 양파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으나 5월 중순이 지나서 나왔고 수급 안정 대책이라는 것도 작년에 틀었던 녹음기 마냥 흘러간 노래만 하고 있다. ‘국민에겐 양파를 더 먹어라, 지자체와 농협에겐 수출을 더해라, 농민들에겐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자율폐기해라’ 이런 것 말고는 없다. 통계수치는 더욱 가관이다. 농민들은 생산량이 작년보다 20만톤 늘었다고 예상했는데, 정부는 작년보다 2만3,000톤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양파 재배 농가가 2,200농가인데 생산예상량과 재배 면적을 전수조사하는데 일주일이 걸리겠는가, 한 달이 걸리겠는가. 정부의 농산물 값 대책에는 수입농산물 규제 대책,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 채소가격안정제 예산 및 비축지원 예산, 농협 계약재배 예산 확대 방안은 없다.

문재인정부 들어 정부와 농민단체가 농정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지역별 토론회를 하고 현장의견을 취합해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는데 보고대회와 종합토론 한 번 없이 조직은 종적을 감춰버렸다. 농개위 책임의 한 축이었던 김영록 전 장관은 도지사 한다고 나가고, 신정훈 농어업비서관은 도지사가 된 김영록 장관과 싸운다고 나가고, 이재수 선임 행정관은 시장한다고 나갔다. 기재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5개월 공석이라면 나라가 절단 났을 것이다. 이 나라는 농식품부 장관이 5개월이나 공석이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최근에 농해수비서관이 또 다시 사퇴했다.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살농정책에 부역했던 적폐 관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정치인 출신 장관은 장관직을 하나의 스펙 쌓기로 생각한다. 문재인정부는 농민과의 소통, 적폐관료 청산, 인사에도 실패했다.

2015년부터 쌀은 513% 관세로 전면 개방됐다. 관세화 개방 이후 정부는 수입쌀 사용제한, 밥쌀용 쌀 의무조항, 국별 쌀 수입 쿼터제가 소멸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자국산 쌀 수입쿼터 적용 요구에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밥쌀용 쌀 의무수입을 수용할 방침이다. 513%를 지키기 위해 밥쌀용 쌀을 의무 수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협상의 내용, 절차, 향후 계획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노무현정부가 했던 한-미 FTA 협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농업 통상협상은 주권국가의 협상이라고 보기에 민망한 사대협상이며 농업주권 포기협상이다.

문재인정부 농정 2년이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농민의 삶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앞으로 3년은 나아질까? 현실은 차갑다. 희망이 보인다면 아무것도 없다고 단정하진 못했을 것이다.

집권 2년차에 못한 개혁을 집권 3년차부터 성공했다는 선례를 역대 정권에서 찾을 수 없다. 숨죽여 있든지 나서 싸우든지 농민에겐 둘 중 하나가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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