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취업이 힘든데 공공기관에 다닌다니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입사하자 발령받은 곳은 제 자리도 없는 곳에서 대기하다가 하루에 수백마리의 소·돼지 내장의 안전검사를 하는 곳이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호봉제, 연봉제가 같다해도 승진이 안돼 17년차 7급 직원 월급이 200여만원 남짓이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내 1,000여명의 무기계약직들은 무한한 차별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전국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지부장 김필성) 기자회견에선 방역지원본부 소속 위생직 노동자의 하소연이 울려 퍼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인력 충원 △노동조건 개선 등을 촉구한 뒤 무기한 농식품부 앞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방역지원본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은 대부분의 방역 관계자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방역지원본부 노조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18년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노동자 안전 및 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방역지원본부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율은 7.4%로 우리나라 산업의 평균 재해율(0.48%)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이 실태조사는 방역지원본부 무기계약직 중 62%(617명)가 참여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체손상이 초래된 교통사고 발생률은 연간 19%, 건강문제로 인한 결근율도 25% 이상에 달했다. 또, 이 실태조사 보고서는 조사대상자의 15%가 폭언 및 민원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상으로 상담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역지원본부에 오는 하반기까지 인력 충원이 다소 이뤄질 예정이지만 단순 인력 충원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필성 공공운수노조 방역지원본부지부장은 “보통 공공기관을 보면 현장인력 대비 20%를 관리인력으로 본다. 그런데 방역지원본부는 오는 하반기까지 총 1,225명의 인원을 갖추게 되지만 관리인력이 49명밖에 안 된다”라면서 “총 인원에 맞는 관리인력이 있어야 선제적인 방역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역지원본부 노동자들의 상황은 국가직 전환 여론이 거센 소방직과 비슷한 면이 있다. 소방직은 대다수가 지방직으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려면 국가직으로 전환해 정부가 100%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방역지원본부 현장인력의 인건비 구조를 보면 국가가 책임지는 비중이 60%, 지방자치단체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필성 지부장은 “정부가 방역을 책임져야 효율적인 방역체계를 만들 수 있다”라며 “방역지원본부 노동자의 인건비 지급구조를 국비 100%로 전환해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현장조건 개선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