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노동조건, 정부가 책임져야

지난해 방역노동자 업무재해율 7.4%, 평균 재해율보다 15배 높아
“인건비 지급, 국비 100%로 전환해 정부책임 방역체계 갖춰야”

  • 입력 2019.05.26 18:00
  • 수정 2019.05.29 18:32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취업이 힘든데 공공기관에 다닌다니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입사하자 발령받은 곳은 제 자리도 없는 곳에서 대기하다가 하루에 수백마리의 소·돼지 내장의 안전검사를 하는 곳이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호봉제, 연봉제가 같다해도 승진이 안돼 17년차 7급 직원 월급이 200여만원 남짓이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내 1,000여명의 무기계약직들은 무한한 차별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전국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지부장 김필성) 기자회견에선 방역지원본부 소속 위생직 노동자의 하소연이 울려 퍼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인력 충원 △노동조건 개선 등을 촉구한 뒤 무기한 농식품부 앞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출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출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방역지원본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은 대부분의 방역 관계자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방역지원본부 노조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18년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노동자 안전 및 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방역지원본부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율은 7.4%로 우리나라 산업의 평균 재해율(0.48%)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이 실태조사는 방역지원본부 무기계약직 중 62%(617명)가 참여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체손상이 초래된 교통사고 발생률은 연간 19%, 건강문제로 인한 결근율도 25% 이상에 달했다. 또, 이 실태조사 보고서는 조사대상자의 15%가 폭언 및 민원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상으로 상담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역지원본부에 오는 하반기까지 인력 충원이 다소 이뤄질 예정이지만 단순 인력 충원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필성 공공운수노조 방역지원본부지부장은 “보통 공공기관을 보면 현장인력 대비 20%를 관리인력으로 본다. 그런데 방역지원본부는 오는 하반기까지 총 1,225명의 인원을 갖추게 되지만 관리인력이 49명밖에 안 된다”라면서 “총 인원에 맞는 관리인력이 있어야 선제적인 방역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역지원본부 노동자들의 상황은 국가직 전환 여론이 거센 소방직과 비슷한 면이 있다. 소방직은 대다수가 지방직으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려면 국가직으로 전환해 정부가 100%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방역지원본부 현장인력의 인건비 구조를 보면 국가가 책임지는 비중이 60%, 지방자치단체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필성 지부장은 “정부가 방역을 책임져야 효율적인 방역체계를 만들 수 있다”라며 “방역지원본부 노동자의 인건비 지급구조를 국비 100%로 전환해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현장조건 개선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