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토론회] 농민농업의 시대가 온다 - 인사말,종합토론,좌장

  • 입력 2019.05.2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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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21세기의 여명이 밝아오는 지금, 인류 역사에서 이처럼 농민이 많았던 적은 없다.’

「새로운 농민」의 저자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와게닝겐대학 농촌사회학부 명예교수는 “농민들이 사라져간다고 확신하는 듯한 이 세계에서, 농민의 존재 그 자체를 의심하는 이 세계에서, 이처럼 농민이 많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전한다. 이어 “농민층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자명하며, 농민과 농민농업의 구성요소는 농민층의 존재이유 그 자체로부터 규정된다”고 설명한다.

농민농업. 우리에겐 다소 낯선 용어일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농이나 가족농으로 구성된 전통농업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자리 잡은 이 세계에서 농민들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지만 그 자릴 지키는 ‘새로운 농민’들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며, 지속가능한 농업 그리고 인류 미래를 위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일「새로운 농민」출판을 기념한 국제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농번기로 바쁜 시기라 농민들의 참석은 예상보다 저조했지만 여러 사회·농민운동 단체와 학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고, 독일·호주·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패널들이 새로운 농민의 움직임을 전하고자 발표를 진행했다.

먹거리 제국을 우회하는 농민 시장을 만들고 경관을 조성해 농업의 본질을 일깨우는 농민농업의 주체, 새로운 농민의 전 세계적 움직임을 지상 중계한다.

정리 박경철·권순창·한우준·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인사말]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이름에 농업은 소외되고 중소영세농과 고령농은 정부의 농업정책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농산물 가격과 농지, 농업 예산, 식량자급률 상향 등의 정책은 농민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개방농정이 초래한 농업현실을 공유하고 식량 위기 속에서 농민과 농업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또 각국의 사례와 정책 등을 확인해 한국농정에 줄 시사점이 도출되길 바란다.

 

김미경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

어느덧 30주년을 맞이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그동안 한국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정책개발 등 여러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 농업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이번 토론회가 한국과 세계 농업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좋은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실패한 농정에 매달리기보다 새롭고 근본적인 농민의 대안을 찾아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고 할 일이다. 전여농도 앞으로의 30년을 밝히기 위한 주체로서 더 열심히 하겠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규모화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농업정책으로 인한 농촌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가치 지향적인 농업으로의 전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중앙집권화된 농정 체계를 분권화함으로써 협동을 통해 농업 환경과 지역사회를 돌보는 새로운 농민의 의미와 농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농촌지역 만들기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토론회를 계기로 한국의 농업 환경과 지역사회에 적합한 ‘농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농촌지역 만들기’ 방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농민권리선언이 유엔에서 채택됐으며 이는 농민과 농촌노동자의 권리를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법이 제정됐다. 또 공익형 직불제 등 문재인정부에서 새 농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과정 중 진전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오늘 호주, 독일, 인도 등 각국의 사례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그 유의미성을 판단해 우리 농정에 반영할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 농업 발전과 농민 권리 향상을 위해 입법부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

농민 수가 급감하며 300만명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무역자유화라는 미명 아래 진행된 농산물 수입개방 정책 등이 오늘날 참담한 농업·농촌의 현실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농민의 감소는 곧 중소 가족농의 해체를 불러왔으나, 가족농은 농업의 근간이자 희망이다.

농업에 기업 논리를 도입해 농업을 산업으로 보는 시각과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가족농을 보호·발전시키는 다양한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 오늘 토론회는 농업계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매우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종합토론] 여성농민·이주노동자·빈곤과 기아 … 농민농업의 심화 논제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명예교수(왼쪽 세번째)가 청중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명예교수(왼쪽 세번째)가 청중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농민농업의 시대가 온다’ 토론은 먼저 플루흐 교수와 4개국 토론자들이 발제 및 개별 사례발표를 한 뒤 청중과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농번기라 많은 농민들이 참석하진 못했지만 농민농업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이 참석해 폭넓은 주제의 토론이 진행됐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은 “농민농업 시대를 위해 그동안 여성농민들이 기여해 왔음에도 농민으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차별 속에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런 여성농민 운동을 이후에 더 많이 지원해 달라”며 여성농민 문제를 거론했다.

플루흐 교수는 “여성은 새로운 농업, 다기능성, 생태학, 그리고 여러 협동조합 구성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종 불평등을 겪고 농업에서 하위 역할을 맡으며 자본주의 가부장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부장제에 대한 항쟁이 없다면 농생태학은 불가능하다”고 적극 공감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김신효정씨는 해외 이주노동자 화두를 던졌다. 그는 “농민 개념엔 성별·계급·인종을 비롯 다양한 차이와 교차성이 존재한다. 한국은 농업노동력 자체가 부족해 해외 농민노동자 비율이 높은데, 이주노동자들의 계급적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플루흐 교수는 “유럽에서도 특히 남부유럽 산업적 영농에 아프리카에서 많은 농민이 이주해오고 있는데, 다행히 비아캄페시나 차원에서 문화·빈곤·언어 등 이주농민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북부유럽의 경우 일시적으로 정착하도록 돼 있어 이주농민들이 일을 못하게 돼 있다. 법과 토지, 기술 등 여러 진입장벽에 대해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호주의 레이 파머씨는 “산업형 농업에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농민농업에는 보다 열정적이고 숙련된, 지역사회에 연고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산업형 농업에 고용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연고를 넓혀 미래에 농민농업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진주 연구원은 인도의 만제고다 대표에게 “인도는 농민 자살 문제와 빈곤·기아 문제가 심각한데, 그런 맥락에서 농민농업은 인도에서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했다.

만제고다 대표는 “빈곤과 자살 등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무예산자연농업(ZNBF)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연과의 상호작용으로 생산비를 줄여 농업의 생존을 가능케 하고, 이것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기아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좌장] “농정의 새 방향, 갈래타기 한 토론회”

윤병선 건국대 교수

문재인정부가 개헌을 추진하면서 농업의 가치, 농민의 권리, 식량주권 등이 논의돼 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기존의 대응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대응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고민했고, 이런 대안적 운동을 잘 모아 정의한 분이 플루흐 교수다.

그가 강조한 새로운 농민층(new peasantries)은 개별화된 농민들의 대항이 아니라 먹거리제국에 의해 농업과 먹거리가 재편되는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농민들로부터 새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실 농업의 가치를 얘기하지만 과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형태의 영농이 농업 현장에서 이뤄지는가를 보면 또 그렇지 못한 부분들도 있다. 오늘 토론이 이런 고민을 더 깊게 하는 자리다.

우리 농정의 역사를 본다면 어느 순간 정부가 농민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부끄러운 단어처럼 만들었다. 농민 대신 농업경영자라는 말이 그 자릴 메웠다. 플루흐 교수는 진정한 농의 가치인 사회적·생태적 지속가능성이라는 게 농민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그런 면에서 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구축은 여러 면에서 굉장히 모순된 농정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편안하게 농업의 가치라고 얘기하지만 이 농업의 가치가 명확하게 경영자형 농업의 가치인지 농민농업의 가치인지, 또 농민의 권리를 얘기할 때도 농업경영자의 권리인지 농사짓는 땅의 사람들의 권리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농민수당이나 공익형 직불제도 추진되고 있지만 하나의 농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 토론회는 일종의 갈래타기라고 할 수 있다. 고민들을 정리하는 데 있어 굉장히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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