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산지생태축산은 산림 본래의 기능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임간초지 기반의 가축방목으로 동물복지 및 사료비 절감을 도모하는 가축사육 방식이다. 지난 2014년 시범사업으로 9개 농장에서 첫 선을 보인 뒤 경축순환의 새로운 모델로 기대를 받고 있다. 축산환경관리원(원장 이영희)이 농장 교육 및 컨설팅을 맡아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3일 전북 정읍시 다움농장에서 산지생태축산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빼곡한 풀밭 사이로 한우들이 머리만 내밀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나무와 풀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절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약간 비탈진 언덕은 6.6㏊(2만평) 남짓의 초지로 덮여있다. 여기가 농장이란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넓은 초지에 방목한 한우는 50여두에 불과하다.
다움농장은 산지생태축산 지정을 받은 농장 중에선 드물게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한우농장을 물려받은 손영수 대표(40)는 ‘소는 소답게 키우자’는 생각에 넓은 초지와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부지부터 알아봤다고 한다. 마침 정읍시 북면에 있던 공군부대가 이전하면서 땅을 구할 수 있었고 이름을 ‘다움농장’이라 지었다.
손 대표는 “처음엔 반대가 많았지만 건강한 소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전북지역에선 초지를 조성하고 가축을 방목하는 사례를 찾을 수 없어 준공까지 2년이나 걸렸다”라며 “지난해 산지생태축산 인증을 받았는데 초지조성비 지원이 있더라. 이미 자비로 초지를 조성한 뒤라서 아쉬웠다”고 멋쩍어 했다.
손 대표는 이 농장에서 육성우를 방목하고 있다. 모든 소를 방목하면 초지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5개월령부터 방목한 육성우는 비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4~15개월령까지 이 농장에서 지내게 된다.
대신 손 대표는 인근 1만여평의 농지에서 조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라일그라스와 수단그라스를 3모작하며 임신우와 비육우에 급여하고 있다. 그는 “부족한 조사료를 방목초지에서 얻어 구매하는 사료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토지조성비를 제외하면 일반사육과 비교해 마리당 40~50만원은 사료비를 절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목한 소들은 체격이 좋아 후기 비육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출하기간도 26~27개월로 3개월 남짓 단축됐다. 손 대표는 “비육조건은 모든 농장이 비슷하다. 결국 관건은 육성기에 달렸다”면서 “육성기에 방목한 소들은 골격이 좋고 소화 흡수율이 높아 육량 C등급 출현율도 적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과 어울려 사육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방목한 소들을 보면 국민들의 축산업에 대한 인식도 전환될 것이다. 유휴산지를 활용해 이같은 농장들이 많아지면 6차산업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농장은 사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축산농가들에게 낯선 산지생태축산을 보급하려면 지원체계가 더 갖춰져야 한다. 손 대표는 “농장은 산지생태축산 인증을 받았는데 농장에서 생산한 축산물에는 인증이 달리지 않는다. 우선은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인증마크가 필요하다”면서 “초지는 밭직불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초지에 대한 직불금이나 관리비용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산지생태축산 농장에 Biz-컨설팅 및 경영진단 등 운영 활성화 및 효율성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관리원 관계자는 “참여한 농장들 중 적잖은 곳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수요처가 확실하지 않아 생산자와 소비처간 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경영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소득 향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