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소답게 키우려고 초지 방목 고집했지요”

산지생태축산 지정농장 가보니 빼곡한 풀밭에 한우가 거닐어
경축순환 새 모델 기대 높아 … “소비자에게 알릴 인증 필요”

  • 입력 2019.05.19 18:00
  • 수정 2019.05.20 16:2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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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산지생태축산은 산림 본래의 기능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임간초지 기반의 가축방목으로 동물복지 및 사료비 절감을 도모하는 가축사육 방식이다. 지난 2014년 시범사업으로 9개 농장에서 첫 선을 보인 뒤 경축순환의 새로운 모델로 기대를 받고 있다. 축산환경관리원(원장 이영희)이 농장 교육 및 컨설팅을 맡아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3일 전북 정읍시 다움농장에서 산지생태축산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전북 정읍시 다움농장은 지난해 산지생태축산 지정을 받았다. 총 사육규모는 140여두지만 이 중 육성우 50여두만 초지에 방목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 다움농장은 지난해 산지생태축산 지정을 받았다. 총 사육규모는 140여두지만 이 중 육성우 50여두만 초지에 방목하고 있다.

빼곡한 풀밭 사이로 한우들이 머리만 내밀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나무와 풀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절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약간 비탈진 언덕은 6.6㏊(2만평) 남짓의 초지로 덮여있다. 여기가 농장이란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넓은 초지에 방목한 한우는 50여두에 불과하다.

다움농장은 산지생태축산 지정을 받은 농장 중에선 드물게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한우농장을 물려받은 손영수 대표(40)는 ‘소는 소답게 키우자’는 생각에 넓은 초지와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부지부터 알아봤다고 한다. 마침 정읍시 북면에 있던 공군부대가 이전하면서 땅을 구할 수 있었고 이름을 ‘다움농장’이라 지었다.

손 대표는 “처음엔 반대가 많았지만 건강한 소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전북지역에선 초지를 조성하고 가축을 방목하는 사례를 찾을 수 없어 준공까지 2년이나 걸렸다”라며 “지난해 산지생태축산 인증을 받았는데 초지조성비 지원이 있더라. 이미 자비로 초지를 조성한 뒤라서 아쉬웠다”고 멋쩍어 했다.

손 대표는 이 농장에서 육성우를 방목하고 있다. 모든 소를 방목하면 초지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5개월령부터 방목한 육성우는 비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4~15개월령까지 이 농장에서 지내게 된다.

대신 손 대표는 인근 1만여평의 농지에서 조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라일그라스와 수단그라스를 3모작하며 임신우와 비육우에 급여하고 있다. 그는 “부족한 조사료를 방목초지에서 얻어 구매하는 사료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토지조성비를 제외하면 일반사육과 비교해 마리당 40~50만원은 사료비를 절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목한 소들은 체격이 좋아 후기 비육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출하기간도 26~27개월로 3개월 남짓 단축됐다. 손 대표는 “비육조건은 모든 농장이 비슷하다. 결국 관건은 육성기에 달렸다”면서 “육성기에 방목한 소들은 골격이 좋고 소화 흡수율이 높아 육량 C등급 출현율도 적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다움농장은 2만여평의 초지를 7구획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2~3일 간격으로 한 구역씩 겨울을 제외한 3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방목한다고 한다.
다움농장은 2만여평의 초지를 7구획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2~3일 간격으로 한 구역씩 겨울을 제외한 3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방목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과 어울려 사육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방목한 소들을 보면 국민들의 축산업에 대한 인식도 전환될 것이다. 유휴산지를 활용해 이같은 농장들이 많아지면 6차산업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농장은 사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축산농가들에게 낯선 산지생태축산을 보급하려면 지원체계가 더 갖춰져야 한다. 손 대표는 “농장은 산지생태축산 인증을 받았는데 농장에서 생산한 축산물에는 인증이 달리지 않는다. 우선은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인증마크가 필요하다”면서 “초지는 밭직불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초지에 대한 직불금이나 관리비용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산지생태축산 농장에 Biz-컨설팅 및 경영진단 등 운영 활성화 및 효율성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관리원 관계자는 “참여한 농장들 중 적잖은 곳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수요처가 확실하지 않아 생산자와 소비처간 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경영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소득 향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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