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김치가 우리 농업 다 망친다”

농민·유통인 여의도 총궐기대회
정부에 채소값 폭락 대책 촉구
수입김치 증가 문제 집중 제기

  • 입력 2019.05.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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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14일 채소값 폭락 대책 촉구 여의도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농민·유통인들이 정부의 김치 수입 조장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4일 채소값 폭락 대책 촉구 여의도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농민·유통인들이 정부의 김치 수입 조장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채소값 동반폭락 사태가 장기화되자 농민들과 산지유통인들이 여의도에 집결했다. 농산물 산지수집상들의 전국조직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백현길, 한유련)는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채소값 폭락 대책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한국농산물냉장협회, 고랭지채소강원도연합회, 쪽파생산자연합회, 전남겨울대파생산자연합회 등 유통인·농민단체 및 산지 작목반 총 21개 단체와 함께했으며, 인원으로는 500명 규모였다.

아직도 10kg 도매가격 3,000원을 맴도는 배추를 비롯해 채소값은 지난 겨울부터 이례적인 동반폭락에 직면했다. 양배추·대파·쪽파 등 상당수 품목이 생산비 이하 가격에 허덕이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제한적이다. 연대방문한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우리 농업인들은 언제부턴가 풍년도 흉년도 걱정하게 됐다. 농사가 풍년이라도 수급조절이 실패하면 가격이 폭락한다. 이미 만성적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채소값 폭락의 주범으로 수입김치를 지목했다. 국내 폭락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치 수입실적은 올해 들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 누적수입량 29만톤 역시 역대 최고치며, 이는 신선배추로 환산하면 국내 배추생산량의 30%에 해당한다. 김치는 배추뿐 아니라 고추·마늘·파·생강·부추 등 광범위한 품목에 영향을 주는 만큼 모든 생산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덕교 고랭지채소강원도연합회장은 “2010년 배추 폭등 당시 정부가 처음으로 가락시장에 중국산 배추를 풀었는데 10kg에 1,000~2,000원밖에 안해도 (품질이 나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한-중 FTA에서 배추를 보호하고는 뒤로 어마어마한 양의 김치를 수입케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대회사를 하는 백현길 한유련 회장.
대회사를 하는 백현길 한유련 회장.

한유련은 채소 수급 근본대책을 요구한 8대 요구사항에서도 △수입김치 통관 시 전수조사 및 고율관세 적용 △수입김치 HACCP 인증기준 적용 △공공기관·고속도로 휴게소 국산김치 사용 의무화 등 김치 관련 내용을 가장 우선적이고 비중있게 담았다.

백현길 한유련 회장은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교류를 핑계로 해마다 5톤트럭 8만대 이상의 김치를 수입하고 있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도 없나”라며 “우리 농민들은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죽자 사자 버텨왔지만, 정부는 중국산 김치가 안전한지에 대해 관심이라도 뒀는지 모르겠다. 특단의 조치가 없을 땐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집회엔 주요 참가조직들의 지역구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성일종·최교일·홍문표 의원이 지지방문을 했다. 최교일 의원은 연단에서 “정부가 북한에 쌀을 퍼주려 하고 있다”, “4대강 보를 파괴할 이유가 없다”는 등 ‘번지수 틀린’ 발언을 했다가 농민들의 원색적인 욕설을 들으며 쫓기듯 물러가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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