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없는 서대문의 푸드플랜 첫 걸음

푸드플랜 선도지자체 탐방 ⑦
서울 서대문구(도시형)

  • 입력 2019.05.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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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생산부터 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을 공적인 영역에서 보장하려는 ‘푸드플랜’이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지역푸드플랜은 농업 생산기반을 다지고 지역 내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획기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월 농식품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푸드플랜 선도지자체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하며 푸드플랜의 가치와 미래를 가늠해본다.

서대문구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함께 농사짓고 공부하고 먹거리를 나누며 서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
서대문구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함께 농사짓고 공부하고 먹거리를 나누며 서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의 푸드플랜은 같은 도시형 플랜이라도 대전 유성구 푸드플랜과는 상황이 다르다. 유성구가 지역 농산물인 ‘유성푸드’를 발판삼아 도약하려 하는 데 반해 서대문구는 관내 농지면적이 ‘0ha’다. 농업기반이 전무한 만큼 농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빈약하다. 푸드플랜 구축에 있어선 최악의 핸디캡이다.

때문에 서대문구는 우선 당장은 도시농업 및 교육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양시 덕양구에 400평 땅을 빌려 진행하는 도시농부학교는 시민들의 농업체험은 물론 공동체문화 형성에도 좋은 계기가 되고 있으며, 교육사업인 푸드플랜 아카데미에선 부분적으로나마 푸드플랜에 대한 선제적 고민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외 전통장 담그기, 텃밭·생태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푸드플랜에 참여할 역량있는 인물과 조직을 발굴·육성하는 중이다.

관할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시장 박원순)의 먹거리 마스터플랜은 푸드플랜 출발선에 놓인 서대문구에게 좋은 지침이 된다. 서울시는 푸드플랜 개념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고민하기 시작한 지자체로, 먹거리 순환과 복지 등에 관한 포괄적인 담론을 만들어오고 있다. 특히 관내 자치구와 농촌지자체를 1대1로 매칭하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농업기반 없는 서울시가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과 도농상생의 가치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절묘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서대문구는 전북 전주시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9월부터 공공급식 식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재고 없이 신선한 재료조달이 이뤄지고 안전성 관리도 용이하다. 결품 발생 시 책임있는 대응이 가능하며, 직거래장터 등 도농교류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물류창고를 관외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직거래를 체감하기 힘들고 도농 간 공동체의 공유가 이뤄지기 어렵다. 서대문구가 협동조합형 마트와 연계한 복합형 공공급식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지만, 부지확보 문제로 전통시장 재개발 등 장기적인 과제와 맞물려 준비해야 할 문제다.

서대문구는 연구용역을 통해 ‘소외없는 밥상(먹거리 복지)’, ‘배려하는 밥상(농업 가치 공유)’, ‘함께하는 밥상(시민 주체적 참여)’을 푸드플랜의 슬로건으로 세웠다. 다만 그 달성을 위한 가치관 확립이나 행정부서 간 협업체계는 아직 타 선도지자체들에 비해 뒤쳐져 있어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영 서대문구 먹거리전략팀장은 “서울지역 첫 푸드플랜 구축이라 어려움이 많다. 쉽지 않지만 주민들과 연계하고 차차 사업을 확장·발전시키다 보면 서울시 안에서 의미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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