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기만 기다려요”

봄가뭄에 마른 땅 보며 애간장 타는 철원 농민들

  • 입력 2019.05.19 18:00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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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물을 대지 못해 말라버린 철원군 동송읍 황용하씨의 논.
물을 대지 못해 말라버린 철원군 동송읍 황용하씨의 논.

철원 농민들이 봄가뭄에 시름하고 있다. 조짐은 지난 겨울부터 있었다.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자 농민들은 심한 가뭄이 올 것 같다며 근심스러워했다. 봄비라도 넉넉히 와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봄비 또한 ‘오다 마는’ 데 그쳤다.

철원군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71.9㎜로 전년 171.8㎜와 평년 112㎜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더구나 본격적인 영농철인 4월 이후 강수량은 겨우 28.3㎜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평균기온이 0.5℃ 오르고 일조시간마저 많아진 탓에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철원군은 가뭄대책반을 만들고 예비비에서 10억원의 예산을 세워 용수개발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도 양수작업으로 지역의 저수지를 채워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용수공급이 되는 지역에서는 모내기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뭄으로 말라가는 철원군 동송읍의 한 수로.
가뭄으로 말라가는 철원군 동송읍의 한 수로.

그러나 물을 못 대 아직까지 모내기를 못하고 있는 농민이 적지 않다. 모내기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한 농민도 있다. 민통선 안 두밀리에서 3만평 농사를 짓는 황용하씨가 그렇다. 황씨는 “수원지가 말라붙었다. 끌어올릴 물이 없으니 양수기도 타버렸다. 비 안 오면 모내기 못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밭농사 짓는 농민들도 근심은 마찬가지다. 철원군에서 밭가뭄 대책으로 암반관정 15공, 양수장보수 6개소, 용수관로 4㎞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민들은 스스로 관정을 뚫거나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5,000평 밭농사를 짓는 전모씨는 “일일이 물 줘가며 심은 것들이 마르고 있다. 25일 쯤에나 온다는 비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처럼 늦게라도 비가 넉넉히 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철원군은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가뭄대책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용수원 확보방안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기상 상황을 분석하고 읍·면별 가뭄발생 상황을 파악해 장비와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여름 더위에 목마른 농민들은 말라붙은 논바닥을 보면서 바짝 애간장이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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