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 꺾으며 새벽을 열다

  • 입력 2019.05.19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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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고 되돌아서면 어느새 솟아올라 있다. 이승열씨가 밤새 훌쩍 자라 ‘우후죽순’ 솟은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하고 있다. 최소 23cm 이상 큰 아스파라거스만 수확한다.
꺾고 되돌아서면 어느새 솟아올라 있다. 이승열씨가 밤새 훌쩍 자라 ‘우후죽순’ 솟은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하고 있다. 최소 23cm 이상 큰 아스파라거스만 수확한다.
이기순씨가 지나간 자리마다 수확한 아스파라거스가 놓여 있다.
이기순씨가 지나간 자리마다 수확한 아스파라거스가 놓여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동이 트고 먼 산 위로 하늘이 붉게 밝아올 즈음, 한 하우스에 들어섰다. 하우스 양쪽 통로를 사이에 둔 세 고랑엔 다양한 크기의 아스파라거스가 ‘우후죽순’ 솟아 있었다. 손 한 뼘 크기보다 훌쩍 큰 아스파라거스도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이승열(65)·이기순(60) 부부는 이미 하우스 한 동의 끝 지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내인 이씨는 갓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군데군데 모아 놓았고 남편인 이씨는 손수레를 끌며 수확과 동시에 아내가 꺾어 놓은 아스파라거스를 손수레에 차곡차곡 담았다.

분명 어제도 70kg에 달하는 물량을 수확했건만 오늘도 훌쩍 자란 아스파라거스가 ‘나 좀 봐 달라’는 식으로 고랑 위로 솟구쳐 있었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도 또 다를 아스파라거스 재배 하우스를 지난 13일 다녀왔다.

이씨 부부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지촌리에서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짓고 있다. 하우스 4동, 약 700여 평에 달한다. 주 작목이었던 토마토, 오이 농사를 짓다 아스파라거스 농사로 전환한 지도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들었다. 하우스 한 동 수확을 끝내자, 20kg 컨테이너 상자 하나에 아스파라거스가 수북이 쌓였다.

물을 분무기처럼 살포하자 물방울이 아스파라거스에 맺혀 있다.
물을 분무기처럼 살포하자 물방울이 아스파라거스에 맺혀 있다.

아내가 옆 동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씨는 지하수를 끌어 올려 수확이 끝난 하우스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관수 시설을 통해 물줄기가 분무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고랑이 흠뻑 젖고 아스파라거스에 맺힌 물이 흘러 떨어질 때까지 물주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아스파라거스는 다년생 식물이다. 토양과 모종 관리를 잘하면 대략 15년까지 수확할 수 있다. 이날 처음 수확했던 하우스도 4~5년생 아스파라거스가 대다수였다. 올해 첫 수확은 지난달 11일이었다. 변화무쌍했던 봄 날씨 탓에 수확 초기엔 물량이 많지 않았다. 이씨는 “하우스라고 해도 해 뜬 날과 구름 낀 날의 수확량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요즘은 하우스 한 동당 평균 18 ~ 20kg 정도 수확한다. 이날도 하루밤새 우후죽순 솟구쳐 올라와 꺾은 아스파라거스가 70kg에 달했다. 수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작물 특성상 수확 작업은 오전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에 끝났다. 기름에 달달볶은 아스파라거스를 반찬 삼아 아침식사를 마친 후 하우스 인근의 선별포장작업대로 향했다.

이씨와 그의 막내 동생 이옥자(53)씨가 손발을 맞췄다. 막내 동생인 이씨는 이날 꺾은 아스파라거스의 먼지를 털어낸 뒤 선별기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며 1호부터 5호까지 아스파라거스를 분류했다.

50g 이상을 시작으로 10g씩 차감하며 분류가 이뤄졌다. 이씨는 “3호와 4호가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상품”이라고 알려줬다. 무게별로 분류된 아스파라거스는 1kg씩 소포장해 15kg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 출하된다.

이옥자씨가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선별대에 올려 놓고 있다.
이옥자씨가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선별대에 올려 놓고 있다.

이씨는 전날 수확해 저온저장고에 남아 있던 물량과 오늘 수확한 물량을 합쳐 스티로폼 상자를 채웠다. 이씨의 경우, 유통회사와 1년 계약을 통해 시세와 상관없이 kg당 9,000원씩의 가격을 보장받았다.

그는 “이게 시장에서 경매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아직 등락폭이 심하다”며 “봄에 나오는 물량 중 일부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을 통한 물량 조절로 국내 가격 상승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스파라거스는 곧 봄 수확을 마무리하고 ‘입경(줄기 세우기)’ 절차에 들어간다. 매일 순을 밀어 올리느라 에너지를 쏟아낸 뿌리에 다시 양분을 저장시키기 위해 아스파라거스를 꺾지 않고 한동안 튼튼히 키워 내는 일이다.

입경에 들어가면 매일 아내와 함께 아스파라거스를 꺾으며 새벽을 여는 일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그러면 이들 부부는 마음 편히 한 숨 돌릴 수 있을까. 그러기엔 말 그대로 농번기, 농촌의 하루가 너무나도 변화무쌍하다. 

이승열씨가 선별된 아스파라거스를 1kg씩 나눈 뒤 묶고 있다.
이승열씨가 선별된 아스파라거스를 1kg씩 나눈 뒤 묶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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