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쌀의 국제법
[농정춘추] 쌀의 국제법
  • 송기호 변호사
  • 승인 2019.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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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지난 3일 유엔은 자연 재해와 국제 제재로 인해 북한에 최근 10년 중 가장 심한 흉년이 들 것으로 크게 우려했다. 대북제재가 계속되면서 농업용 석유와 비료가 부족한 점이 생산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긴급히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할 숫자가 북한 사람들의 약 40%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북한 사람들의 삶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모순이다. 유엔헌장 55조는 유엔의 목적으로 더 높은 삶의 질을 규정했다. 국제법에 의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경제제재라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한계가 있다. 유엔총회는 수차례 경제제재가 기아와 영양결핍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결의했다. 국제법은 심지어 전쟁 중에도 사람의 삶에 필수적인 식량, 물, 의료에 대해서는 보장하도록 했다. 만일 어떤 제재가 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상황이 되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국제법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계속돼 북한 사람들의 기본적 삶을 위협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한반도 비핵화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이다. 비핵화를 합의하고 서로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미국도 인정한다. 그리고 제재는 드물게 대화를 촉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상호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북제재는 제한적 역할밖에 할 수 없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신뢰가 없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할 수 없고 실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다시 기근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상한 염려에서 북에 대한 식량 지원을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쌀 지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서도 허용되는 인도적 지원이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이찬우 일본 테쿄대학 교수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을 50만톤으로 추계했다. 한국의 2018년 쌀 재고량은 144만톤이었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은 인도적 지원으로, 한반도 비핵화에서의 한국의 주도성을 세우고, 남북 농업 협력을 재건하는 기초가 돼야 한다.

가장 강하다는 유엔 안보리 북한 결의 2270호와 2397호도 인도적 지원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생존의 기본적 필수인 식량과 의료 지원에 대해서는 보편적이고 일괄적으로 제재 예외를 실현해야 한다. 인도적 원칙이 현실에서 관철되지 못하고, 건별 예외 심사 절차를 빌미로 사실상 가로막히는 일이 없도록 한국이 주도성을 가져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설치한 대북제재위원회가 지적했듯이 인도적 지원을 대북제재 틀이 제한하는 현실 상황을 북한 식량 지원에서는 바르게 고쳐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엔은 인도적 지원의 영역에 대해서는 이를 제재보다 더 우선해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절차를 명료하고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갈등과 두려움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인도적 지원을 주춤거리게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전반을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인도주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대북 쌀 지원은 남북농업협력을 다시 여는 계기가 돼야 한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그동안 남과 북은 평양 당곡리 협동농장, (북)고성군 삼일포 협동농장, 금천리 협동농장에서 본격적인 농업 협력을 전개했다. 단위당 생산성을 크게 올렸고, 북한이 농업 발전의 잠재력을 확인해 포전담당제라는 개선 방향으로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부 시기 전면 중단됐다. 쌀 지원이 남북 농업 협력의 전면적 재개로 이어지도록 정부의 체계적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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