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허가축사 적법화도 실적 싸움? 보여주기 급급한 농식품부

[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 패러다임 전환을 ]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②

“적법화 할 방법 없는데” … 적극 추진 강요받는 축산농가·지자체 불만 고조

  • 입력 2019.05.12 18:0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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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축산업이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는 인식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러나 정부정책은 이같은 흐름을 뒤쫓기도 벅찬 모습이다. 과연 농림축산식품부는 변화하는 축산업의 흐름에 부합하는 목표를 수립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아직은 “그렇다”고 흔쾌히 답하는 축산농가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편집자 주

Ⅰ.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Ⅱ.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Ⅲ.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관계부처·관계기관이 합동회의를 하고 함께 대책 강구에 나서고 있지만 이행기간 만료가 다가올수록 축산농가와 지자체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농식품부)는 지난 3일 미허가축사 적법화 추진상황을 공유했다. 오는 9월 27일까지 적법화를 해야 하는 3만2,000농가 중 완료 농가는 6,000호, 설계도면 작성 등 절차을 밟고 있는 농가는 1만4,000호이며 측량을 마친 농가는 8,000호, 적법화를 진행하지 않는 농가는 3,000호 등으로 파악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농식품부는 지난 2일 열린 지자체 및 관계부처 합동영상회의에서 지난해 9월 부여된 최대 1년의 이행기간 외에 ‘+α’의 이행기간은 없다고 발언해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원탁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사무관은 “+α의 이행기간 부여는 여전히 지자체 권한이다. 일부 관망하는 농가와 지자체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했던 발언이다. 추가 이행기간 부여에 대해서는 7월 쯤 환경부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추가 기간 부여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이재한씨 소유의 땅에 위치한 우사와 창고 사이로 폐도로가 지나고 있다. 지난 십수년간 사용하지 않았고 대체도로도 필요하지 않지만 용도폐지가 이뤄지지 않아 이씨는 미허가축사를 적법화 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이재한씨 소유의 땅에 위치한 우사와 창고 사이로 폐도로가 지나고 있다. 지난 십수년간 사용하지 않았고 대체도로도 필요하지 않지만 용도폐지가 이뤄지지 않아 이씨는 미허가축사를 적법화 하지 못하고 있다.

축산 메카 충남 홍성군은 최근 폐도로·폐구거의 용도폐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등의 문제로 적법화에 애를 먹고 있다. 홍동면에서 한우 일관사육을 하는 이재한(44)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우사에서 번식우를 더 많이 사육하고 있는 ‘한우 번식기반’이다. 적법화를 추진하던 이씨는 우사가 위치한 본인 소유의 땅 일부에 폐도로가 지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 도로의 용도폐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적법화가 되지 않는 사례로 알려지면서 이씨의 농장에는 전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과 전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 등이 3번이나 방문했다.

중앙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용도폐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지만 이후 주민들의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언젠가 물이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또 한두 건의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체도로를 만들 필요도 없는 해당 폐도로에 대한 용도폐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는 적법화할 축사를 비워둔 채 속만 끓이고 있다.

홍북읍에서 30년째 양돈을 하는 이광재(60)씨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적법화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가 무허가인 축사를 적법화하려면 현재 사육규모를 반토막 내야 한다. 문제가 되는 학교는 입학생이 꾸준히 줄고 있으며 올해는 단 4명이 입학을 했다. 폐교가 우려되는 곳이기도 하고, 과거 축사를 짓기 전부터 해당 학교는 있었지만 별 문제없이 축사를 짓고 돼지를 키워왔던 곳이어서 이제와 재산의 일부를 강제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 농가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이다.

홍성군은 지난해 9월 이전 약 440호의 농가의 적법화를 완료했고,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는 242농가다. 홍성군 전체 농가가 1,204호인 것을 고려하면 520여 농가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인데, 이들 대부분은 고령화 때문에 폐업을 계획하고 있고 일부는 신고규모 미만의 범위로 축사를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제열 홍성군 축산과 주무관은 “농업비서관과 농식품부 과장이 와서 용도폐지가 된다고 말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타인 소유의 땅은 농가가 해결한다고 해도 구거나 폐도로 등의 용도폐지는 지자체가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용도폐지 자체가 모호한 이유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용도폐지가 되더라도 분할측량을 하고 해당 부지를 매입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α’의 시간을 주는 것이 농가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내에 학교정화구역에 포함되는 농가가 9곳 정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해당학교의 지형도면을 언제 고시했느냐이다.「토지이용규제 기본법」에 따르면 지형도면을 고시해야 관련 효력이 생기는데 해당 고시가 2007년 이후부터 돼있다”며 효력이 생기기 이전에 세워진 축사를 금지시설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풀이했다. 결국 담당 공무원도 해당 부지가 학교정화구역에 포함되는지 알지 못해 축사를 허가했는데 일반인이 어떻게 알고 대처했겠느냐는 항변이다.

그러면서 “현재 축사 적법화와 관련한 문제들의 공통점은 측량 오류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다. 측량을 잘못한 탓, 건물을 잘못 배치한 탓이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던 국토부도 측량 오류를 인정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농가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정부가 무허가축사를 규제하기 전 지적재조사를 실시했다면 지금처럼 혼란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경기 남양주시는 그린벨트 내 입지한 농가는 적법화가 불가능하다는 농식품부의 입장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6년 전부터 시청에서는 그린벨트 내 축사는 국토교통부가 법을 바꾸기 전에는 적법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농식품부에 무조건적인 이행기간 부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때마다 농식품부는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그린벨트 내 입지 축산농가를 끌고 왔다”며 “그러더니 지난달엔 갑자기 적법화 실적이 왜 나오질 않느냐고 시청을 질책했다. 10년이 지나도 국토교통부가 법을 바꿔주지 않으면 그린벨트 내 농가는 적법화 할 방법이 없다.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와 관련해 합의할 생각도 없는데 농식품부는 지난 6년 동안 이행기간을 주면서 농가를 희망고문 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적법화가 불가능한 농가를 둘러싼 여건이 달라지지 않았으니 보고할 내용에도 변화가 없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보니 도청에서도 중앙정부에서도 이미 보고한 내용 아니냐며 보고를 제대로 받지도 않는다”면서 “적법화 추진 점검을 위한 영상회의는 말 그대로 쇼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에 보여주려고 만든 자리일 뿐”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농가와 지자체의 적극 대응을 외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불만이 날로 높아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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