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수확을 앞둔 양파·마늘 작황이 사상 최고의 호조를 보이며 농민들의 낯빛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가 수급대책을 내놨지만 매우 소극적인 수준(중만생양파 6,000톤·마늘 3,300톤 격리)에 그쳐 오히려 농민들의 우려를 더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일 창녕농협공판장에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 농경연) 주관 마늘·양파 작황포럼이 열렸다. 무안-창녕-함평으로 이어지는 연속 포럼 중 두 번째다.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회의장이 미어터질 듯 많은 농민들이 모여 포럼을 참관했다.
농경연은 5월 월초관측에서 올해 중만생양파 단수를 6,665~6,886kg/10a, 마늘 단수를 1,307~1,339kg/10a로 예측한 바 있다. 예상면적에 대입해 보면 생산량은 양파 18만9,000~19만5,000톤, 마늘 36만1,900~37만700톤이다. 특히 전남지역의 전년대비 단수증가폭이 양파 30%·마늘 20%대로 전국평균 증가폭보다 10%p가량씩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심각한 건 전남만이 아니다. 경남 각 지역 생산자대표들과 조합장들은 향후 기상이변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현재의 작황이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종태 경남도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 연구사는 “기상이 좋아 양파 수확시기는 늦어질 수 있지만 구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100g 정도 되는 건 수확기에 300g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성연준 창녕마늘연구회장은 “마늘 작황은 사상 최고로 좋다고 본다. 더구나 폐기 단가가 생산비에 못 미치다보니 농민들의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품질 낮은 것 위주로 폐기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농경연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황반전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단수가 많은 건 당연히 많은 건데 정확하게 평당 얼마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섣불리 정책을 들어가기가 어렵다”며 “향후 상황을 봐서 수매·소비촉진·수입검역강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다. 수매를 얼마나 하겠다는 등 지금 특정한 답을 못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농경연이 단수를 터무니없이 적게 예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지부 집행위원장은 “농경연이 10a당 양파 단수를 최대 6,900kg으로 예측했는데 평으로 환산하면 1.1망(20kg망) 정도다. 정부 채소가격안정제에서 얘기하는 1.2망에도 못 미치는 걸 올해 단수라고 올려놨다. 농사를 아무리 못 지어도 1.2망은 나오고, 창녕은 올해 날씨 같으면 2망까지도 나온다”고 꾸짖었다. 마늘도 마찬가지다. 창녕 이방농협은 올해 창녕 마늘 단수를 전년대비 1.5배 많은 평당 6.5~7kg로 예측했다. 농경연 관측 최대치인 4.5kg 수준보다 월등히 많은 양이다.
강선희 위원장은 “상인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려서 지금 포전거래가 안되고 있다. 피해는 농민들의 몫이다. 2만톤이라도 즉시 격리하는 등 정부가 실제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또 계속 산지폐기만 할 게 아니라 휴경보상이나 대체작목 등 대안을 말해달라. 맨날 소비촉진에 농협수매 얘기 하는데 농협 돈도 결국 농민 돈 아니냐”고 역설해 농민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