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주권 중요성 알기에 이 현장을 지킵니다”
“검역주권 중요성 알기에 이 현장을 지킵니다”
  • 홍기원 기자
  • 승인 2019.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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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검사 현장, 쏟아지는 수입축산물과 매일 씨름
업무 중요성 높아지는데 만성적인 인력부족 시달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수입물품 하차작업이 한창인 현장에 컨테이너가 도착한다. 독일산 돼지목뼈를 실은 컨테이너다. 관리수의사가 다가가 컨테이너 외부의 파손여부와 냉동발전기 설치를 검사하고 검역증과 봉인번호를 확인한 뒤 봉인을 뜯는다. 봉인번호는 컨테이너를 운송 중에 개봉했는지 또 봉인번호가 일치하는지 뿐 아니라 해당 컨테이너가 어느 지역을 경유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소홀히 볼 수 없다. 이렇게 수입축산물에 대한 현물검사가 시작됐다.

각국과의 FTA 체결로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축산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FTA로 관세장벽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축산농민을 보호하는 검역장벽의 역할이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본부장 정석찬)는 경기도 용인과 광주 그리고 부산시에 검역사무소를 두고 수입식용 축산물을 대상으로 현물검사를 맡고 있다. 수입축산물은 공항만에 도착할 때부터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직접 현물을 확인하는 절차는 방역지원본부 소속 관리수의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방역지원본부는 이 현물검사 결과를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공해 검역업무뿐 아니라 이력추적업무까지 지원한다.

지난 8일 찾은 방역지원본부 부산검역사무소는 10명의 관리수의사들이 모두 현물검사에 투입된 채 정정분 소장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 소장은 “부산검역사무소가 관할하는 검역시행장이 총 22곳인데 여수, 밀양, 양산에도 있어 늘 바쁘다”라며 “수의사 1명이 하루에 2곳 이상 돌아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감천항에 인접한 한 물류창고에서 현물검사 현장을 확인했다. 검역시행장은 보세구역 내 지정되며 사무실을 제공받는다. 현물검사는 사무실이 아닌 창고 하차장에서 컨테이너 개봉 이후 곧장 진행된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부산검역사무소 관리수의사들이 독일산 돼지목뼈 현물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부산검역사무소 관리수의사들이 독일산 돼지목뼈 현물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물검사는 보통 관리수의사 2인이 한조를 이뤄 시행한다. 인력이 부족할 때엔 관리수의사 1인이 단독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이 곳에선 김은경·윤희웅 관리수의사가 조를 이뤄 독일산 돼지목뼈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정 소장은 “국가마다 수입위생규정이 다르다. 서류와 표시검사에서 오류가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수출국 검역증명서, 선하증권, 수입검역물 운송통보서 등 관련서류에서 확인할 점이 많아 방심은 금물이다”고 전했다.

봉인번호를 확인하고 컨테이너를 개봉하면 관능검사 단계로 넘어간다. 대개 수입축산물은 냉동상태로 들어오기에 관리수의사는 적외선온도계로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부터 측정한다. 현물을 검사할 때엔 드릴로 제품의 내부까지 뚫어 심부온도를 측정한다.

독일산 돼지목뼈는 10㎏ 박스에 포장돼 있다. 3월 26일 선적한 물량이 부산항을 거쳐 이날에야 보관창고에 도착한 것이다. 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관련서류를 체크하며 내용이 다른지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확인을 마치면 박스를 개봉해 냉동제품의 해동흔적, 부패취·이상취, 육색·지방변색, 이물질 혼입 여부를 확인한다. 가끔 품목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 꼼꼼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윤희웅 관리수의사는 “보통 개봉검사는 전체물량의 1%를 원칙으로 검사한다. 그러나 상대국에 가축질병이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있으면 전체물량의 3%까지 검사대상을 늘린다”면서 “컨테이너 1개당 2,000박스 정도 실리는데 하루에 5~6개는 들어오니 100박스 이상은 직접 포장을 뜯고 확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리수의사는 근무복, 마스크, 안전모, 안전장갑, 안전화를 착용하고 수입축산물 현물검사를 시행한다. 현물검사 대상은 컨테이너를 3등분으로 구분해 선정한다.
관리수의사는 근무복, 마스크, 안전모, 안전장갑, 안전화를 착용하고 수입축산물 현물검사를 시행한다. 현물검사 대상은 컨테이너를 3등분으로 구분해 선정한다.

이같은 검사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관할 검역본부에 보고해 지시를 받아 조치한다. 그리고 검역시행장 정보관리시스템에 입고등록·검사성적서 등을 입력해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김은경 관리수의사는 “지게차가 오가는 현장은 위험하기도 하고 하차장은 외부에 노출돼 있다보니 겨울엔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시린 바람이 불기도 한다”라며 “그러나 검역주권의 중요성을 알기에 꼼꼼하게 검사하려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방역지원본부에 따르면 수입식용축산물 현물검사는 2017년 5만6,833건(112만7,918톤)에서 지난해 6만6,748건(130만3,035톤)으로 증가하며 6만건을 돌파했다. 그러나 방역지원본부는 높은 업무강도로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관리수의사 10명이 중도 퇴직했다. 방역지원본부 관계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수의사만이 이 업무를 맡을 수 있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1인 평균 검사량이 점차 늘어나며 업무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검역은 국가의 주권 행사 중 하나다. 자유무역의 파고에서 국민과 산업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 구멍도 용납할 수 없는 검역현장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김은경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리수의사
김은경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리수의사
윤희웅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리수의사
윤희웅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리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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