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대북식량지원’ 거론 … 쌀 보내기, 지금이 적기

북한 식량난, 136만톤 외부 지원 필요
전농 “쌀 40만톤 등 인도적지원” 촉구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정부 적극 나서야”
정부양곡 40만톤 여유, 운송에 7~8개월 소요

  • 입력 2019.05.12 18:00
  • 수정 2019.05.12 21:1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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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 그리고 북미 관계가 최근 북한의 식량난에 ‘인도적 지원’이라는 물꼬를 통해 상당부분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3일 ‘북한의 식량 안보 평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북한 식량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이라고 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136만톤’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가뭄, 폭염, 홍수 탓에 10년 만에 최악의 수확량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고, 북한 주민 1,010만명이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량난을 가중시킨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북한이 처한 10년만의 식량난 사태에 국내에서도 ‘인도적 식량지원’ 촉구 여론이 가세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이 문제를 치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등이 아니라 신임 통일부장관이 신속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 136만톤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정 전 장관은 “136만톤이면 4분의1 정도의 사람들에게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심각한 상황을 확인하며 “인도적 차원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쌀을 보내면 우리 농민들도 좋아할 것”이라며 방법과 관련해서는 원산, 남포, 청진 등 장소를 지정하면 육로로 금강산에 운반해 가져가라고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도 지난 8일 대북식량지원 환영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전농은 “철도와 도로연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까지 막혀있는 상황에서 식량지원은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라며 “북측 식량지원이 향후 산림과 의료 협력에 이어 남북 간 농업농민교류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 대상도 아니고 논쟁거리는 더더욱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지금 당장 최소 40만톤 이상의 우리쌀과 밀, 채소 등을 남북간 최단거리 경로를 통해 북으로 보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문재인정부가 이런 것을 (미국의 사전검열이 아닌) 독자적으로 결단해야 통일 당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농은 지난해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이행도 촉구하면서 “공동통일경작지 조성을 위한 통일품앗이 사업이 하루 속히 실현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농식품부) 역시 대북식량지원과 관련한 실무회의 등을 통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지난 9일 “정부가 대북식량지원에 대해 공식검토를 하는 중이다. 어떤 방식이 될 것인가에 따라 농식품부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지원을 한다면 농식품부가 관여할 일이 적어지고, 과거처럼 직접 지원한다면 정부양곡창고의 저장물량을 도정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등 각 단계의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무차원의 회의를 하면서 다각도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양곡 재고량은 2016년·2017년 구곡과 2018년산을 합해 89만톤, 수입산 42만톤 등 모두 131만톤이다.

전 과장은 “국내산 양곡 중에서 기초수급자 복지용·군납·가공용을 제외하면 여유 있는 물량은 30만~40만톤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대북식량지원을 결정한다 해도 당장 쌀을 실어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는 10만톤만 북에 지원한다 해도 한 달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만약 30만~40만톤을 지원한다면 6~7개월은 소요된다는 것이다.

전 과장은 “해외원조기구가 아닌 우리 정부가 직접 지원할 것에 대비해 검토는 하고 있다. 10만톤을 보낸다 해도 도정부터 포장재를 만들어 담고 운송, 출항까지 한 달에서 두 달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장마나 태풍이 오면 더 늦어지고,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보다 더 지체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6월부터 한층 더 악화된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하루라도 빨리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판단과 남북합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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