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본 농민수당, 가치 보상이 아닌 ‘소득 보전’

복지부, 전남 지자체들에 ‘가능하다’ … 해남군, 6월 지급 시작
공익형 직불제와의 중복 우려 등 농민수당 이해도 떨어져
전농·민중당 “농민수당은 새로운 농정, 사회보장제도 아냐”

  • 입력 2019.05.10 16:32
  • 수정 2019.05.12 21:1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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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중당 관계자들이 문재인정부의 농민수당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중당 관계자들이 문재인정부의 농민수당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일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농민수당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시행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그러나 본래 농민들이 주장하던 농민수당의 추진 의도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소득 보전 정책’으로만 농민수당을 바라보고 있어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 7일 해남·강진 등 농민수당 도입 및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전남 지역 5개 지자체들에 대해 ‘조건부 협의 완료’라는 검토 결과를 보냈다. 이들 지자체는 전국에서 가장 앞서 농민수당을 추진한 지역들로, 당장 올해부터 지급을 앞둔 곳도 있었으나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기다리기로 결정하면서 시행이 연기된 상태였다.

이들 지자체는 농민수당이 농업정책이 아닌 ‘사회보장제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이 일자 지난해 10월 경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위한 협의를 요청했다. 지자체들 입장에선 섣불리 농민수당을 시행했다 자칫 법령 위반으로 간주돼 지방교부세를 반환해야만 하는 위험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검토 결과에 대해 “농업인 소득안전망 확충을 위한 국가 정책 방향에 부합하고, 농업인구의 지속적 감소 및 소득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사업추진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득이 높은 농가에 동일하게 지급될 경우 소득 역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중앙정부에서 공익형 직불제가 시행되는 등 정책 환경변화에 따라 사업의 중복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소득 역진성’, ‘공익형 직불제와의 중복’ 등의 우려는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소득 보전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로 농민수당을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형대 농민수당 도입 전남추진위원장 등 농민수당을 추진해 온 농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각 지자체가 도입하고 있는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이다. 농민수당은 소득을 보태주는 것이 아니라 ‘농사짓는 행위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농사짓는 이의 소득도, 앞으로의 직불제 개편방안도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재정부담이 상당한 사업인 만큼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이며, 농민수당을 공익형 직불제 시행 전까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사업평가를 토대로 사업 지속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조건부 협의가 완료되면서 ‘최초 시행’을 강조했던 해남군은 오는 6월부터 바로 지급을 시작한다. 그러나 전남 지역에서 농민수당 도입을 밀어붙이던 농민단체들은 이번 협의 결과를 완전히 환영하지는 않았다.

지난 8일 해남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협의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농민수당 도입 전남추진위원회는 “협의 결과를 보면 보건복지부가 얼마나 농업에 대해 무지한지, 그리고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런 상황을 묵과한다면 농식품부 위에 보건복지부가 존재하는 일이 생길 것이며, 농업의 앞날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맡기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계속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보건복지부는 농민수당을 농업·농촌의 공익 가치 창출에 대한 사회적 보상 체계라는 기본 전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행적인 소득보전 정책으로 바라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농민수당의 전국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중당도 같은날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으로 ‘농민수당 도입 촉구’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복지부가 가진 시각의 한계를 언급하는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들은 “농업의 공익기능을 증진하는 정책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고, 촛불혁명 이후 농정개혁의 주요한 내용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농민수당에 대해 훈수를 두는 것은 농업에 대한 인식이 저급함을 드러낸 것이고, 시대적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고 비판했다. 농식품부를 향해서는 “농민수당 도입의 당사자로서 농민수당이 국정과제가 될 수 있게 대국민 교육·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더 이상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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