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농협이 쏘아올린 작은 공

  • 입력 2019.05.12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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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전남 영암농협이 월출산 국립공원 자락에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메밀 경관단지를 조성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경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월출산 국립공원 앞에 펼쳐진 드넓은 들녘 위로 노랗게 핀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한승호 기자
전남 영암농협이 월출산 국립공원 자락에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메밀 경관단지를 조성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경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월출산 국립공원 앞에 펼쳐진 드넓은 들녘 위로 노랗게 핀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한승호 기자

경제사업은 등한시한 채 신용사업에만 열을 올리는 지역농협의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사업이란 게 하루이틀 해서 성과를 보기도 어렵고 곧바로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서다. 그만큼 어렵다보니 오히려 경제사업에서 적자가 나면 신용사업 수익으로 메우는 게 지역농협의 일반적 운영 형태다. 하지만 농협의 경제사업은 본연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고 농민조합원의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한 지역농협이 경제사업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눈길을 끌고 있다. 영암농협이 그 주인공으로, 무엇보다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한 유채·메밀 경관단지 조성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국립공원이 위치한 월출산 천황사 지구에 112ha,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메밀 경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가 농사짓는데 쌀을 왜 사먹나’라는 생각이 신념이나 마찬가지인 게 농민들이다. 수십년 동안 벼농사를 지어온 논에다 타작목을 심는다는 것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다. 영암농협은 이 점에 착안했다. 우선 논에 유채·메밀을 심어 정부가 추진하는 쌀 생산조정제와 경관단지 조성 사업에 참여해 참여 농가가 타작목재배 직불금과 경관직불금을 받도록 했다. 또한 계약재배를 통해 농작업을 대행하는 한편 생산된 유채와 메밀을 전량 수매해 농가소득을 보장한 것이다. 또한 연계된 축제를 열고 국내산 Non-GMO 유채유, 메밀면 등으로 식품화도 추진 중이다.

양승훈 영암농협 상무는 “농촌형 농협이 너무 어렵다보니 돌파구를 찾고자 발버둥치는 가운데 도출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규모가 손바닥 보듯 뻔한 농촌에서 신용사업은 이미 포화 상태고 경제사업도 농협이 독과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예를 들면 하나로마트나 자재·농약판매가 그렇다. 지역경제와 겹치지 않는 사업을 고민하다보니 결론은 농업이었다는 게 양 상무의 얘기다.

농업으로 수익을 내고 경관사업으로 마을기업을 육성, 농촌관광사업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유채·메밀경관단지 사업의 청사진이다. 이 또한 발상의 전환이라는 게 양 상무의 설명이다.

지난해 사업 참여 농가는 105농가로 벼농사를 지을 때보다 20~30% 소득이 증가하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농민들 평가가 나쁘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이렇다보니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농협중앙회도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물론 생산 안정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경제사업을 두고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지역농협의 세태 속에서 영암농협의 사업은 도전 자체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사업이 롤모델이 돼 대한민국 농업에 한 획을 그었으면 한다는 게 영암농협의 꿈이다. 영암농협이 발상의 전환으로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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