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직접 생산한 농산물 가공 허용해야

  • 입력 2019.05.12 18:00
  • 기자명 송인숙(강원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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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숙(강원 강릉)
송인숙(강원 강릉)

몇 년 전 감자 가격 하락으로 팔지를 못해서 돼지를 먹인 적이 있다. 호박 가격이 떨어져서 퇴비장에 버린 적도 있었다. 팔지 못한 감자는 집에서 전분을 만들어서 팔았다. 전분을 만들면 저장기간이 길어지고 판매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신선한 감자로 만든 전분은 품질도 좋다.

대부분의 농산물은 감자처럼 다량의 수분을 함유해서 저장성이 낮다. 감자는 여름에 주로 많이 생산된다. 각 지역마다 맛도 차이가 나고 날씨와 여건에 따라 크기와 모양도 달라진다. 이런 불규칙한 상황은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에 많은 영향을 줘 가격 또한 변동이 심하다.

그런데 농산물은 공산품하고 달라서 값이 올랐다고 소비를 당장 줄일 수가 없고 가격이 하락을 했다고 해서 소비를 갑자기 늘릴 수도 없다. 소비가 줄면 생산된 농산물은 폐기되거나 대체농산물이 있어야 한다. 소비를 늘리려고 해도 몇 달을 키워야 하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농산물을 가공하면 다방면으로 이득이 있다. 홍고추를 말렸을 때 20kg의 홍고추는 4kg의 건고추가 된다. 건고추를 분쇄하면 부피는 건고추의 4분의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는 완전 분쇄된 고춧가루를 원하지만 농가는 건고추만 판매를 해야 한다(분쇄는 가공업이라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추는 건조함으로써 부패가 더디고 보관이 쉽다. 또한 가격이 쌀 때 저장할 수 있어 홍수 출하를 줄일 수가 있고 가공을 통해 모양이 안 좋은 농산물도 사용할 수가 있다.

일차적인 가공을 해서 판매를 하면 농가소득이 늘어난다. 가공을 하는 것은 식품위생법에 저촉이 되는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은 식품가공기능사를 만들어서 일정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겸비하면 해결할 수 있다. 농민들이 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 연락해보니 이바지음식, 빵 만들기, 전통주 만들기 등은 있지만 식품가공기능사 교육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마다 연초면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일정을 확인하는데 농부인 내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은 아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농산물의 일차적인 가공기술이다. 그런데 기술센터의 교육은 나와 동 떨어진 교육이다. 식품가공기능사를 보려고 하는 농민들이 많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하고자 하는 농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식품가공기능사 교육을 하는 농업기술센터도 있다. 기술센터에서 식품가공기능을 많이 가르쳐서 농산물 가공으로 농가소득도 올리고 농산물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예로부터 집에서 장을 만들고 김치도 만들어서 먹었다. 그런데 만들어서 판매를 하면 식품위생법에 전부 위배되는 상황이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한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전통식품의 제조를 허용해야 한다. 이제는 시골에서 전통장을 담그는 일도 할 수가 없다.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의 가공을 허용하면 농가수익도 오르지만 전통식품을 계승할 수 있는 방안도 될 수 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지역의 전통식품이 많다. 이 전통식품을 개발, 계승하는 것도 농가의 일이다. 현실에 맞는 소규모의 가공 시설을 법적으로 만들어서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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