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농정, 이대로는 실패한다

  • 입력 2019.05.05 18:09
  • 수정 2019.05.05 21:3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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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홍규 화백
그림 박홍규 화백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실시된 대통령선거였기에 9일 선거에 당선되자마자 인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성대한 취임식은 아니었지만 촛불의 열망을 담은 대통령이 될 것이란 국민들의 기대는 높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통령 취임일인 10일, 계란가격 폭등에 대응하겠다며 계란 수입 운송비를 지원하고 수입국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AI 확산의 여파로 일어난 일시적인 가격상승을 참지 못하고 수입에 급급했다.

2년이 흐른 현재, 계란은 생산비의 절반도 안되는 산지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농식품부는 FTA 체결에 따른 피해보전 지원대상 품목을 행정예고했다. 계란은 피해보전 지원대상품목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수입기여도가 0.01%로 분석돼 지원품목에서 제외됐다.

문재인정부 농정이 얼마나 농민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격폭등엔 수입으로 대응하고 가격폭락엔 나몰라라 외면한다. 한쪽에선 가격폭락으로 배추를 폐기하는데 한쪽에선 김치수입량이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폭락을 두고 ‘물가를 잡았다’고 해석하던 지난 정부의 농정을 판박이처럼 닮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에 대체로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간혹 ‘엉뚱한 관심’을 내보이며 농심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부 장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에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한다고 자리를 비웠다. 이것만 해도 기막힌 일인데 농정의 핵심 요직인 장관직을 5개월이나 비웠다. 그동안 농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는 좌초되고 말았다.

대통령 취임 1년 7개월 만에 청와대에서 농민 초청 간담회가 열렸지만 성과는 없었다. 자료로 대체해도 충분한 농식품부 업무보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소통의 취지는 퇴색되고 말았다. 초청한 농민들에겐 대통령의 박수유도에 따라 여당 국회의원과 농식품부 관료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박수부대 역할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이날 뉴스엔 대통령에게 쌀을 선물한 소년농부의 미담만 강조됐다.

농업계 전반이 대통령의 낮은 농업인식과 무관심에 개탄하고 있을 때 축산업계는 대통령의 ‘엉뚱한 관심’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지난 2월,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설 연휴기간에 공장형 축산을 지적하는 <사랑할까, 먹을까>를 읽고 나서 직접 “채식을 실천하는 건 쉽지 않지만 ‘공장형 사육’을 ‘농장형 사육’으로 바꿔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농장형 사육’이란 과거에 없던 개념을 새로 만들고 쉽지 않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채식 실천을 언급했다니 어떤 축산농민들이 반길 관심이겠나.

이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구성을 마치고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상 문재인정부 농정의 성공 여부는 이 농특위에 마지막 기회가 달렸다고 봐야 한다. 현재 공개된 농특위의 구성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농특위를 재보강하고 여기에 대통령의 참석도 보장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정부의 농정은 분명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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