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 하지 않겠다더니…”

홍천군, 양수발전소 수몰예정지 주민 반대 불구하고 공모 절차 강행

  • 입력 2019.05.05 16:5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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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9일 홍천군청 앞에서 풍천리 주민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오른쪽) 군청 앞이 양수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여있다.
지난달 29일 홍천군청 앞에서 풍천리 주민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오른쪽) 군청 앞이 양수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여있다.

 

국가전력계획에 따라 양수발전소 3개소의 추가건립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자체 공모를 통해 추진되는 가운데, 유치를 신청한 홍천군에선 수몰 위기에 내몰린 마을 주민들이 생존투쟁에 나섰다. ‘당사자’인 수몰예정지 주민들은 “우리들은 반대로 의견이 통일돼 있음에도 홍천군이 이를 묵살한 채 명분을 위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항변하고 있다.

양수발전은 잉여전력이 발생할 경우 이를 이용해 물을 인위적으로 고지대로 끌어올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형태다. 필연적으로 산림훼손 및 댐 건설이 동반되며 이는 상부 지역의 수몰로 귀결된다. 발전소가 건설되는 풍천리 주민들은 “평생 농사를 지어온 자신들의 생존을 짓밟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사실도 주민들은 선례를 접해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에 따른 국책사업인 관계로, 부지로 선정될 경우 토지보상법에 의거해 수몰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은 결국 홍천군의 유치 포기 결단만을 바라고 있는 현실이다.

허필홍 홍천군수는 지난 3월 말 풍천리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만큼 공모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냈으나, 홍천군은 현재 자율유치 공모 절차를 위한 주민투표를 오는 9일 진행하기로 해 사실상 약속을 어긴 셈이 됐다.

홍천군농민회 등 군내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홍천시민사회연석회의’와 풍천리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찬성 측 화촌면이장협의회 이름으로 전달된 주민설명회 건의서도 이장 한사람이 벌인 행각임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하며 “분개한 주민들은 지난달 19일 밤샘 농성을 통해 허 군수로부터 양수발전소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차 받아내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어 “허 군수는 두 번의 약속을 깨고 다시 민주적인 주민투표를 통해 사업을 결정하겠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풍천리 주민들이 ‘민주적인’ 주민투표를 망발로 주장하는 것은, 홍천군이 투표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풍천1리 및 풍천2리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미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인근 지역의 구성원까지 포함시킨 까닭이다.

투표대상이 약 600명인 가운데 간접영향 지역인 구성포2리와 야시대2리의 주민 수를 합치면 풍천리보다 100명 이상 많아 투표 결과는 사실상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풍천2리 주민대표 이창후씨는 “홍천군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댐이 그렇게 좋다’며 찬성하고 있는 구성포2리에 댐을 옮긴대도 그쪽 주민들이 찬성한다면, 우리 역시 찬성하고 함께 집을 수몰시키겠다”라며 “홍천군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이를 기꺼이 원하는 사람들이 당사자가 돼야하지 않나. 절대 우리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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