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직불제 개혁,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농정춘추] 직불제 개혁,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 승인 2019.05.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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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경쟁과 효율 중심의 농정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공익형 직불제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7일 농민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소농에 대한 배려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 중심 농정개혁을 목표로 직불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익형 직불제 개편 추진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예산증액에 대한 기재부의 지속적인 반대와 여야의 정치적 셈법으로 인해 내년도 시행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현장 농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부와 국회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직불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현장 농민들과의 소통을 등한시한 농정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단체장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말을 했지만, 정작 직불제 개편 추진과정에서 농민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직불제 예산증액에 대한 기재부의 반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재부는 지난 5년간 평균 지급 실적인 1조8,000억 원을 초과하는 예산 배정은 안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 이상이 될 경우 쌀 집중 현상과 상위 7%의 대농들이 직불금의 38%를 가져가는 불균형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농촌경제연구원은 직불제 개편의 효과를 위해서는 경작 규모와 상관없이 불이익을 받는 농민은 없어야 하고, 소농 보호를 위해 일정 금액을 더 지급할 경우 최소 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여야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여야가 직불제를 내년 총선용으로 바라보고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직불제 개혁은 여야를 떠나 농업 회생을 위한 중차대한 사안으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관련법을 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쌀가격 안정대책과 부재지주의 부당수령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농민 진영은 변동직불제 폐지에 따른 쌀가격 안정대책과 부재지주의 부당수령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직불제 개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특히 변동직불제 폐지의 경우 수확기 쌀 가격을 안정시켜 왔던 중요한 정책이었던 점을 생각할 때 이를 대체할 강력한 대책이 우선 제시돼야 한다. 그리고 부재지주의 직불금 부당수령 근절 방안은 현장에서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안이다. 약 56.2%가 임차농인 현실에서 지금도 20~30% 정도만 직불금을 실경작자가 수령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직불제를 확대한다고 해도 정작 농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태 환경을 보전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이 직불제 개혁의 목표여야 한다.

공익형 직불제로의 농정 전환은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기능과 역할을 재설정하는 것이며, 농민들의 농업생산 활동을 새로운 방향, 즉 생태 환경을 보전하는 공익형 영농활동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직불제라는 정책적 수단을 통해 농업이 가지는 부정적 요인을 극복하고, 환경 및 경관보전, 수자원 및 토양 보호, 생태계 보전, 전통문화 보전에 기여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이끌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3% 내외에 불과한 공익적 직불(친환경농업직불 및 경관보전직불이 해당)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생태 환경을 보전하는 영농활동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보상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확대돼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증진되고, 국민에게 지지받는 농업으로 전환 될 수 있는 것이다.

농림사업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직불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농업예산 중 직불금 비중이 71.7%(2016년 기준)이며, 약 410억유로(약 53조원)를 농민들에게 직불금으로 지급했다. 농가소득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32%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겨우 직불금 예산이 14% 수준으로 농가소득 중 4%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불제 중심의 농정 개혁의 핵심은 기존 토건업자나 농기자재업자에게 돌아가던 예산을 농민에게 직접 주자는 것이며, 행정 집행절차를 간소화해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기하자는 것이다. 물론 많은 저항에 부딪힐 수 있으며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 없는 농정개혁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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