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푸드플랜, 시민들이 이끄는 순환의 가치
춘천 푸드플랜, 시민들이 이끄는 순환의 가치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9.05.0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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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플랜 선도지자체 탐방 ⑥
강원 춘천시(도농복합형)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생산부터 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을 공적인 영역에서 보장하려는 ‘푸드플랜’이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지역푸드플랜은 농업 생산기반을 다지고 지역내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획기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월 농식품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푸드플랜 선도지자체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하며 푸드플랜의 가치와 미래를 가늠해본다.

판로 문제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친환경 농업이 푸드플랜을 계기로 살아나고 있다. 춘천시 동내면에 위치한 전명희씨의 하우스에 채소가 가득 들어차 있다. 전씨의 밭은 오는 6월경 친환경 인증에 도전하고 있다.
판로 문제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친환경 농업이 푸드플랜을 계기로 살아나고 있다. 춘천시 동내면에 위치한 전명희씨의 하우스에 채소가 가득 들어차 있다. 전씨의 밭은 오는 6월경 친환경 인증에 도전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그렇듯 춘천시(시장 이재수)도 그동안 지역내 먹거리 순환에 대한 관념이 희박했다. 지역산 식재료 자급률은 정확한 통계도 없이 2~10%로 추정될 뿐인데 그나마도 상당수는 수도권 도매시장 등으로 출하됐다 되돌아오는 물량이다. 분뇨 등 폐기물은 인근 지자체인 홍천군에 돈을 주고 처리하고, 거기서 생산되는 퇴비를 또 돈을 주고 사와야 한다.

먹거리 순환체계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건 청와대 행정관으로 줄곧 먹거리 문제를 다뤄왔던 이재수 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지난해 농식품부 지원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한 춘천시는 연구용역으로 푸드플랜을 설계한 뒤 지역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거버넌스는 춘천 푸드플랜이 자랑하는 최대 강점이다. 춘천시는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격주 금요일마다 푸드플랜 구축을 위한 두 개의 회의를 가동했다. 하나는 푸드플랜이란 거대 정책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행정 TF 회의고, 다른 하나가 바로 지역 시민·농민단체 20인 규모로 구성한 전문가 자문회의다. 주체적인 성격의 자생조직들이 포진한 이 자문회의는 춘천 푸드플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춘천시는 향후 이들 시민·농민단체가 단순한 참여를 넘어 푸드플랜을 앞장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푸드플랜 착수 전 춘천시는 공공급식에 집중한 로컬푸드 육성을 구상했다. 그러나 푸드플랜에 발을 들인 뒤엔 직매장과 식당, 가공업체 등 먹거리 순환의 폭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진정한 ‘순환’의 완성을 위한 퇴비공장 설립 역시 중요한 과제로서 계획에 포함돼 있다.

춘천시농수산물도매시장 내에 공사 중인 춘천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3,000㎡ 규모로 오는 6월께 완공되며, 향후 춘천 푸드플랜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춘천시농수산물도매시장 내에 공사 중인 춘천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3,000㎡ 규모로 오는 6월께 완공되며, 향후 춘천 푸드플랜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오는 6월 완공될 ‘춘천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센터)’는 춘천 푸드플랜의 심장 역할을 할 시설이다. 지금까지는 확보 가능한 생산량을 갖고 급식 등의 공급을 물색하고 있지만, 센터가 설립되면 지역에서 소화 가능한 모든 수요량을 조사하고 창출해내 거꾸로 농가에 할당량을 부여하게 된다. 비록 출발은 많이 늦었지만 춘천시의 푸드플랜은 센터를 중심으로 생산-가공-유통-소비-재활용까지 어느 하나 빈틈없이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

설계를 현실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획생산이다. 춘천은 기후와 지형의 특성상 유난히 작목 편중이 심한데다 친환경 생산기반이 약하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농산물을 충분히 확보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다행히 팔을 걷어붙이는 농민들이 있다. 춘천시농민회(회장 전기환)는 탄탄한 지역조직을 바탕으로 면지회별로 3개씩의 작목반을 구성하고 기획생산을 시도,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향후 친환경 전환도 내다보는 중이다. 지역에 친환경생산자조직이 미비한 상황에서 춘천시농민회의 존재가 푸드플랜에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농민단체의 주체적 참여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다만 기후조건을 극복하고 품목체계를 갖추기 위해선 하우스 재배가 필연적이라, 농가에 합당한 생산비를 보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신현용 춘천시 안심농식품과장은 “춘천시민들은 그동안 가장 나쁜 농산물을 가장 비싸게 사먹었다”며 “지역내 다양한 시민·농민단체들의 경험과 활동들을 잘 버무려 푸드플랜으로 엮어먹거리의 건강한 순환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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