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지자체 금고 유치에 수백억원 ‘콸콸’

출혈경쟁 논란 속 소비자 피해 우려 … 농협은행, 243개 지자체 금고 중 68% 유치

  • 입력 2019.05.05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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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NH농협은행이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최근 3년간 매년 5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쏟아 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12개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 지정 입찰 과정에서 지출한 협력사업비는 총 1,500억6,000만원이다.

이 중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낸 곳은 농협은행으로 533억4,000만원을 출현했다. 농협은행은 2016년에도 508억1,000만원, 2017년 558억5,000만원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을 포함 12개 은행이 2016년 금고 입찰에 들인 협력사업비는 총 1,528억6,000만원, 2017년 1,510억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1,500억원을 넘겼다.

지자체 금고 지정 제도는 지자체가 자금 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계약 형태로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것으로, 금고를 맡는 은행은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나오는 투자수익의 일부를 협력사업비로 출연한다. 이태규 의원은 이를 “은행에 금고를 맡긴 대가로 지자체에 제공하는 일종의 ‘리베이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력사업비’라 불리는 이 돈은 결국 금융소비자인 국민과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 금고 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출혈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선 은행들이 과당경쟁에 이은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엔 일부 지자체가 협력사업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집행하는가하면 금고은행이 직접 집행하며 특정단체 지원 등 불투명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해 관계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행안부는 협력사업비를 모두 현금으로 받아 예산에 편성토록 하고 총액의 공개와 집행내역 공시도 의무화했다.

행안부는 최근 과당경쟁 논란이 일자 지난 3월 협력사업비 과다출연 제한을 위해 평가배점을 축소하고, 협력사업비가 순이자마진을 초과 또는 전년대비 출연규모가 20% 이상 증액되는 경우 행안부에 보고토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태규 의원은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현금성 지원이 이뤄진다면 그 관행 자체가 공정경쟁과 투명성 차원에서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마케팅 비용의 사용이 궁극적으로 고객의 이익으로 연결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의원은 “당국은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이 불공정·불법요소가 없는지, 현금성 협력사업비 지출 외에 별도의 마케팅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금고 선정은 공정성과 투명성은 물론 지자체 경제 기여에 부응해야 하고 그 운용실적도 지역주민에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46개는 단일 금고(60%), 97개는 2개 금고(40%)와 계약을 맺고 있다. 광역은 주로 일반경쟁이고, 기초는 수의계약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지자체별 금고은행 분포는 농협은행 67.9%, 시중은행 17.7%, 지방은행 14.4%다. 올해 금고 지정 예정 지자체는 대구광역시 등 49개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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