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축산정책, 방역만 봐도 ‘불안’

[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 패러다임 전환을 ]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①
또 방역 자화자찬, 2014년 구제역·2016년 AI 확산사태 교훈 잊었나

  • 입력 2019.04.21 18:00
  • 수정 2019.04.21 21:5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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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축산업이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는 인식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러나 정부정책은 이같은 흐름을 뒤쫓기도 벅찬 모습이다. 과연 농림축산식품부는 변화하는 축산업의 흐름에 부합하는 목표를 수립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아직은 “그렇다”고 흔쾌히 답하는 축산농가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편집자 주

Ⅰ.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Ⅱ.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Ⅲ.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는 명실상부 국내 축산을 책임지는 주무부서다. 그러나 최근 축산업계의 주요 이슈를 돌아보면 정책능력에 물음표가 붙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발생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등 방역 실적을 성과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일면 강도 높은 차단방역을 시행하고 축산농가에 방역시설 강화를 촉구하며 일궈낸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방역 정책 면면을 들여다보면 허술한 취약점이 노출된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유입을 막으려면 남은음식물(잔반) 사료 급여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농식품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에 머물러 있다.

박광진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유럽식품안전청은 ASF 발생 사례 284건 중 잔반급여가 원인인 사례가 3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국내 잔반급여 농가가 260여호에 달한다”라며 “유럽과 호주에선 법적으로 잔반급여를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도 정확한 실태조사를 한 뒤 조속히 잔반급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돈협회 포천시지부(지부장 최영길)는 최근 한돈협회에 잔반급여 금지를 위한 집회를 열자는 건의를 공식적으로 올리는 등 현장 한돈농가들의 위기감은 매우 팽배한 상태다.

구제역 방역에선 구제역 백신 2회 접종이 의무화되면서 백신접종에 따른 이상육 발생에 관한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돈농가와 유통업계에선 이상육 발생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해달라는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한국형 구제역 백신 생산도 여전히 사업전망이 불투명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백신 제조시설 착공이 첫 삽을 떴으나 해외 백신사와의 기술제휴 협상이 지지부진한데다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서 여러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구제역 백신 제조시설 구축 사업자인 FVC는 3개 회사 컨소시엄에서 녹십자수의약품 단독주주회사로 탈바꿈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FVC 관계자는 “내년까지 공장을 준공하고 2022년 백신 생산에 들어가려고 한다. 사업비가 융자 70%, 자부담 30%여서 어려운 사업이다”라면서 “현재 해외백신 제조사와 기술협력 협상이 진행 중인데 잘 안되면 다른 해외업체에게 기술협력을 받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균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잔반급여에 관한 사항은 환경부가 주무부서여서 협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환경부에선 필요성을 느끼지만 여러 법적인 제한상황이 있어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는 입장이다”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한국형 구제역 백신 개발과 관련해선 “FVC에 직접 관여는 할 수 없고 보고에 따르면 기술협력과 관련해 다양한 루트를 접촉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병원성 AI 방역 역시 겨울철 오리사육 제한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려 일단 1년 가까이 발생이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근본적인 방역대책 시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사육제한이라는 비상수단에 의지할 수 없는 만큼 가금농장 현대화, 밀집된 가금농장의 분산배치 등의 정책이 집행돼야 하지만 좀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4년에도 구제역 발생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한 적이 있으며 2016년에도 역시 고병원성 AI 발생을 최소화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며 기존 방역에 문제가 없다는 호언장담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뒤 2014~2015년 구제역 확산 사태, 2016~2017년 고병원성 AI 확산 사태란 재난을 치러야 했다. 농식품부가 현재의 일시적 성과에 도취돼 ‘제2의 국방’인 방역정책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면 후대에 그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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