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농민수당 실현으로 ‘한걸음 더’

전농 제주도연맹·전여농 제주도연합, 도의회와 함께 농민수당 토론

  • 입력 2019.04.20 22:5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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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육지에서처럼, 제주도에서도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형 농민수당을 어떻게 도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의 장이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고용호, 농수축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송인섭, 전농 제주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 현진희, 전여농 제주도연합)은 지난 15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주 농업발전 정책토론회(사진)’를 열어 지속가능한 농촌, 농민을 위한 제주 농민수당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전농 제주도연맹과 전여농 제주도연합은 지난해 5월에도 농민수당의 필요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경험이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 3월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모든 후보들에게서 농민수당 도입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열린 두 번째 토론회는 도의회가 함께 주관했을 뿐만 아니라 고용호 농수축위원장이 직접 토론회의 좌장을 맡는 등 도의회의 관심이 두드러졌다.

 

“농민수당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농민수당의 필요성과 기본방안’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맡은 박형대 전남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전남에서 농민수당 제도 도입을 추진했던 경험을 토대로 농민수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공동대표는 “우리 법에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체적 수단이 없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하고, 하고 있지 않으면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농민수당 제동걸기’에 대해선 “최초로 조례를 제정한 전남 해남군이 조례 이름 앞에 굳이 ‘농업보전 등을 위한’이라는 목적을 붙인 이유가 있다”라며 “농업정책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 전혀 법에 저촉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공동대표는 “농민수당의 중요한 특징은 농민들이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농민들은 농촌의 실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누구에게 줘야할지 잘 알고 있고, 제주농민들은 더 발전된 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단순히 이걸 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요구하여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남을 중심으로 육지에서 실현된) 농민수당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농민 직접행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농민수당 주장하면서 농민도 변화하자”

함께 발제에 나선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농민수당 도입의 대표적 근거로 일컬어지는 공익적(혹은 다원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소개했다. 유 박사는 “농사를 지을 때 그 결과물이 좋은 것도 나오지만 나쁜 것도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고의적으로 농업의 좋은 점만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농업 관련 키워드의 언론 등장 빈도를 통해 도시 소비성향의 변천을 소개한 유 박사는 “먹고살만해지니 소비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먹고 사는 것은 이제 기본이고, 이런 저런 것들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농업 현장은 그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유 박사에 따르면 현재 도시민들이 농민들에게 원하는 대표적 요소는 ‘안전한 식품의 안정적 공급’으로 정리됐다. 또 앞으로 환경은 더 지켜져야 하는 한편 쉼터로서의 농촌의 기능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그동안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그나마 얘기한 정부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였고 그 뒤 10년 간은 이 얘기가 사그라졌다. 어떤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중요과제 중 하나는 이 얘기를 꾸준히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소비자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정책이 가장 먼저 바뀌고, 그 뒤 농민들도 조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 다음에야 소비자가 믿음을 주고 대가(더 많은 세금)를 지불할 용의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민수당 도입 과정에서 여성농민의 소외를 막기 위해 지정토론에 나선 강순희 전여농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은 “(앞선 주제발표에서)농민수당은 농민과 농업·농촌을 지키는 농업정책적 사회보장제도라는 설명이 있었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이다. 제주도 3만2,000 농가 안에서 여성농민 인구는 51%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정은 대부분 농가 중심 지원으로 가고 있다”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법으로는 여성농민뿐만 아니라 경영주로 등록되지 못한 농민들, 청년농민들, 고령은퇴농민들 또한 배제된다. 이 사람들 역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함께 생산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주농업의 특성을 근거로 농민수당의 필요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안 책임연구원은 “제주 농업은 ‘작형 경직성’을 띈다. 감귤, 무, 마늘 3개 품목에 대한 경작 집중이 심해 농민들의 위험 분산이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촌 인구 대비 농가비율이 여타 지자체에 비해 높으며 이는 농촌의 주거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대호 전농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농민수당제 도입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매년 줄어드는 제주도 농업예산을 5년 전인 9.0%의 비율로 증가시키면(2019년 현재 7.0%) 약 1,057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전업농가와 1종 겸업농가(농가수입에서 농업수입이 농업외 수입보다 많은 가구)에서 종사하는 3만7,000명에게 월 20만원의 농민수당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라며 “여기에 강화된 농지관리와 농정실무가 더해져 위장자경하는 불법 농민을 걸러낼 수 있다면 예상 총액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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