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정책, 행정의 홍보·참여 독려 부족”

정책 인지도 6.1%∼39.4%로 낮아
정책 참여비율 0.7%~23.7% 미미
행정에서 이장으로 ‘공문’ 하달 한계
농촌특성 반영·정책접근성 개선도 ‘과제’

  • 입력 2019.04.21 18:00
  • 수정 2019.04.21 21:5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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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여성농민정책 중에 행복바우처제도가 있는데, 이름만 들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요? 그걸 행정에서 마을 이장들한테 이런 게 있으니 신청 받아라, 하고 공문으로 그냥 넘긴다구요. 대부분 고령에다가 남자 이장들이고, 그걸 마을 여자농민들, 나이도 많은 할머니들한테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신청 받는 일은 거의 불가하다고 봐야죠.”

경남 남해 한 여성농민은 여성농민 실태조사 결과 여성농민정책에 인지도가 낮고 참여비율이 저조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농민들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실제 사용률은 떨어지고, 예산 불용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는 이면에는 농촌마을의 구조적 문제와 아울러 적극적인 홍보·참여 독려라는 행정의 적극성이 결여됐다는 뜻이다. 여성농민정책 전담부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2018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여성농어업인육성법에 따라 5년 마다 실시된다. 이번 조사 결과 여전히 여성농민들의 ‘정책인지와 정책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농업인 정책인지도는 6.1%~ 39.4%이고 정책참여율은 이보다 더 낮아 0.7%~12.6%에 불과했다. 인지도 높은 여성농업인 정책으로는 △농번기 마을공동밥상(39.4%) △마을기업 및 농촌체험마을 지원(33.4%) △여성농업인 대회(33.1%) △여성농업인 일손 돕기 지원사업(32.5%) 등으로 여성농민 100명 중 30명 이상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을 이용하거나 참여하는 비율은 이보다 낮아 같은 순서대로 이용율은 23.7%, 10%, 9.1%, 12.6% 등이다.

또한 농촌소규모 보육시설 지원제도는 12.6% 여성농민들이 알고 있지만 이용률은 2.7%에 불과하고 출산여성을 위한 농가도우미제도도 16.3% 여성농민들이 알고 있지만 이용률은 2.1% 한자릿수에 머문다. 왜 그럴까.

여성정책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출산과 육아 문제이지만 도시와 달리 농촌의 출산율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고령의 여성농민들은 정책 활용도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도 굉장히 흔하다. 충남 부여에 사는 40대 여성농민은 여성농민회 활동에 적극 나선 터라 새로운 정책에 대한 부담도 적고 공공기관 이용 등에 어려움이 없지만, 최근 몸이 아파서 ‘사고발생 농가 영농도우미 지원제도’를 쓰면서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영농도우미 신청서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나 대신 일한 사람 사진을 찍어서 남겨야 하고, 각종 서류를 하나하나 기입하고 준비하고. 필요한 절차인 것은 분명한데, 행정서류를 다뤄본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여성농민들이 쉽게 신청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것은 이 뿐 아니다. 행정의 적극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여성농민들의 정책 활용 빈도를 낮추고 있다.

부여의 여성농민은 “정책이란 게 처음 나오면 행정이 마을 이장들 교육도 시키고 얼마나 신청됐는지 영업실적 확인하듯 한다. 경영체등록이 처음 나왔을 때가 꼭 그랬다. 얼마나 신청했냐, 왜 이렇게 저조하냐…. 반면 여성농민 바우처제도만 하더라도, 공문서 전달로 끝이다. 마을별로 신청가능 인원이 있을 텐데 그걸 기준으로 신청독려를 하면 지금보다 훨씬 바우처 신청률이 높지 않겠나. 전담할 행정책임부서가 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여성농업인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성농업인 관련 업무를 중점 추진할 전담팀을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혀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연숙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장은 “6월 경 농촌정책국에 여성농업인 정책과 사업을 전담할 별도의 팀을 구성한다”면서 “기존 농촌복지여성과 여성계에서 2명이 전담을 하면서 부족한 업무는 보건과 건강검진, 취약계층 업무계에서 병행하던 것을 팀장 포함 6명 전담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면서 “여성농업인 정책이 더 탄력을 받게 된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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