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 토론회 파행 … 농민들 분노 격화

아로니아 FTA 직불금 토론회
정부측 무성의한 토론 자세에
청중석 메운 농민들 불만 폭발

  • 입력 2019.04.1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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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8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6명 주최로 아로니아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으나, 농식품부와 농경연 패널의 무성의한 태도가 청중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8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6명 주최로 아로니아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으나, 농식품부와 농경연 패널의 무성의한 태도가 청중들의 공분을 샀다.

아로니아 FTA 직불금 논란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기의 아로니아 농가,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지만 정부 측의 무성의한 태도가 도리어 농민들의 부아를 돋우는 결과를 낳았다.

아로니아는 최근 5년 동안 국내생산과 가공품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kg당 2만원을 호가하던 가격이 1,000원 미만으로 폭락했다. 농민들은 특히 한-EU FTA를 수입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지난해부터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농식품부의 방어적인 태도에 1년째 긴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수입 가공품 문제다. 아로니아는 100% 가공품 형태로 수입되는데 농식품부가 수입가공품과 국산생과를 같은 품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로니아뿐 아니라 모든 품목에 정해져 있는 기준이며, 정부가 미국 등 국제적 통용기준을 고려해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이날 박웅두 정의당 농민위원장이 제시한 과거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해외출장 보고서에는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가 신선농산물뿐 아니라 가공품까지 인정하고 있다고 명기돼 있다. 사실을 왜곡한 농경연의 보고와 농식품부의 자의적 판단이 잘못된 기준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 또한 ‘소주와 위스키 관세 차등이 부당하다’고 한 국제판례를 들며 “국제통상법에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소비자 용도를 고려해야 한다. 농식품부의 주장은 국제통상법에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정부 측 입장은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문한필 농경연 FTA이행지원센터장은 “상식적 차원에서 설정한 기준”이라고 강조했으며 송남근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자의적 판단이 아니고 근거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웅두 위원장이 제시한 문제의 농경연 보고서에 대해선 입을 모아 “해당 원문을 찾아 확인해보려 했지만 미국 측 홈페이지에선 현재 원문을 찾을 수 없었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좌장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발끈하는 청중들을 진정시키면서도 “보고서 작성자에게 물어만 보면 바로 확인이 될 건데 왜 확인해보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좌장으로서 답답하다”며 의아해했다.

정부 측 두 토론자의 발언은 전국에서 올라온 200여 농민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정부 측은 농식품부 생산통계가 농진청 통계보다 훨씬 축소됐다는 지적에도, 수입통계가 극히 일부 품목만을 집계했다는 지적에도 “다시 확인해 보겠다”, “다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재고 수매와 폐농지원 현실화 등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선 “죄송하지만 어렵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는 농민들에게 아로니아를 심으라 한 적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분을 못 이긴 10여 명의 농민들은 정부 측 발언 진행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으며, 나머지 농민들은 발언 이후 “우리가 이런 말 들으러 새벽같이 올라왔나”, “너무 성의없이 준비해온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농식품부는 조만간 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FTA 직불금 대상품목을 결정한다. 극심한 폭락으로 지난해 수입량이 주춤한 탓에 설사 가공품 피해를 인정하더라도 아로니아는 올해 논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의 실책을 확인하고 정책방향을 재정립하는 측면에서라도 이는 중요한 논쟁이다.

박웅두 위원장은 “지난해 FTA 직불금 대상 선정 심의 당시 기준이 잘못됐다면 재심의를 열어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송기호 변호사는 “아로니아 가공품을 인정함으로써 사과 등 다른 품목도 문제 제기가 들어올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아로니아를 제대로 보상한 뒤, 아로니아 구제를 명분으로 다른 품목도 구제하려 해야 한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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