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로컬푸드 1번지서 푸드플랜 1번지로

푸드플랜 선도지자체 탐방 ⑤
전북 완주군(도농복합형)

  • 입력 2019.04.1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생산부터 폐기까지, 먹거리의 전 순환과정을 공적인 영역에서 보장하려는 ‘푸드플랜’이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지역푸드플랜은 농업 생산기반을 다지고 지역내 다양한 문제를 해소할 획기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월 농식품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푸드플랜 선도지자체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하며 푸드플랜의 가치와 미래를 가늠해본다.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는 완주군(군수 박성일)의 별칭은 ‘로컬푸드 1번지’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했음은 물론, 8년 동안이나 꾸준하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엔 12개 직매장과 4개 농가레스토랑, 학교급식 등에서 무려 60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로컬푸드가 이미 완성 단계다보니 자연스레 푸드플랜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는 지자체로 꼽힌다.

완주 로컬푸드의 ‘롱런’ 비결은 기획생산체계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2,000여 농가가 기획생산에 참여하고 있고, 700여 품목 1,300여종 농산물이 골고루 생산되고 있다. 매장이나 급식에 지역 미생산 품목이 필요할 때, 손쉽게 외지산 품목을 들여오는 대신 시간과 품을 들여 지역 생산농가를 육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로컬푸드에 뛰어든 모든 지자체가 기획생산체계 구축에 애를 먹고 있는 반면 완주군의 기획생산은 이미 일정한 궤도에 올라 있다.

탄탄한 기획생산체계는 푸드플랜에 더없는 이점이다. 농번기 공동급식과 임산부 영양플러스 사업, 경로당 식사지원 등 이미 담당부서를 막론한 먹거리 복지사업들이 로컬푸드와 연계되고 있다. 혁신도시 내 13개 공공기관이나 인접 대도시인 전주로 사업을 확대해갈 여력도 충분하다.

최근엔 오히려 하드웨어가 부족한 지경이다. 로컬푸드 선도지역으로서 서울 등 외부 지역과도 연계 및 지원을 하면서 공공급식지원센터 취급물량이 적정수준(2만명분)을 한참 넘어서 버렸다. 완주군은 새로 ‘푸드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이를 보완, 전폭적인 푸드플랜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전북 완주군은 독보적인 로컬푸드 선진지라는 이점을 살려 짜임새 있는 푸드플랜을 구축하는 중이다. 지난 9일 완주로컬푸드직매장 전북혁신점에서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은 독보적인 로컬푸드 선진지라는 이점을 살려 짜임새 있는 푸드플랜을 구축하는 중이다. 지난 9일 완주로컬푸드직매장 전북혁신점에서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로컬푸드와 푸드플랜은 농업·농촌에 매우 요긴한 정책이다. 완주군은 특히 소농과 고령농·귀농인의 최우선 참여를 보장하며 정책의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 향후 5년 안에 3,500농가(완주 전체 농가의 40%) 조직화, 농가당 월소득 150만원 보장을 목표로 세웠다.

비전이 뚜렷한 만큼 완주엔 유난히 귀농·귀촌이 활성화되고 있다. 2014년 898세대에서 지난해 2,679세대로 유입이 크게 늘었으며 전북에서 유일하게 인구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지수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본부장은 “농촌에 오는 분들이 계획도 세우고 군 지원도 받지만 그것만으론 힘든 부분이 많다. 완주는 가공을 하든 직매장에 내든 판로 확보가 용이하고 지역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자랑했다.

물론 푸드플랜의 보다 근본적인 목적은 먹거리 기본권 보장에 있다. 완주군은 지난해 11월 먹거리 기본권 선언을 통해 정책의 지향점을 확실히 정리했다. 송이목 완주군 먹거리정책과장은 “완주의 먹거리정책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얘기도 많지만 먹거리는 분명한 공공재다. 하천이나 도로와 똑같이 먹거리도 공공이 세금을 투입해 제공해야 하는 게 맞다. 먹거리에 관한 문제는 경제원칙으로 따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완주의 로컬푸드는 지역농업 및 소농 붕괴, 먹거리안전 위협, 생물 종 다양성 파괴 등 소위 글로벌푸드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문제인식에서부터 출발했으며, 푸드플랜에 이르러 먹거리에 대한 공적 책임감을 한층 드높이고 있다. 기초에서부터 단단하게 짜여져 올라가고 있는 완주의 완성도 높은 푸드플랜이 먹거리와 농업 장악을 시도하던 기업들의 등줄기를 서늘케 만들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