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 살리려면 개량부터

경남 ‘묘산 합천 토종흑돼지’ 사육농가 3곳 남아

등지방 두께 줄이고 농가 생산성 높이는 게 핵심

  • 입력 2019.04.14 18:1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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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재래돼지 활용 품종은 특유의 맛과 식감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지만 시장을 넓히는 것이 쉽지 않다. 종 특성상 등지방이 두꺼운 것이 요즘 소비트렌드와 맞지 않는데다가 성장속도가 느린 탓에 생산성이 좋지 않아 사육농가를 늘리기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군은 재래돼지 활용 품종을 상품화한 1세대 지역이다. 일반돼지를 키우던 유무형(71)씨는 1994년 당시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로부터 재래돼지 활용 품종 새끼 20마리를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다. 1995년 김영삼정부의 1군1명품 사업에 합천에 자리 잡은 돼지가 선정됐고 이 때부터 정부지정사업으로 농장·직판장·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는 ‘묘산 합천 토종흑돼지’로 상표도 등록했다. 판매는 합천군 묘산면의 직판장에서만 이뤄지고 대구·영남지역 전문식당으로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우체국쇼핑을 통해서도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경남 합천군 묘산면 유무형씨의 축사에 출하를 앞둔 7개월령 돼지들이 모여 있다.
지난 10일 찾은 경남 합천군 묘산면 유무형씨의 축사에 출하를 앞둔 7개월령 돼지들이 모여 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특유의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지만 재래돼지 특성이 살아있는 탓에 등지방이 두꺼워 이따금씩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일반돼지보다 성장이 느려 사육기간이 긴 탓에 생산성이 좋지 않아 사육을 자처했던 농가들도 하나둘 사육을 포기했다.

유무형씨는 “도축부터 난관이었다. 털이 억세서 탕박 후 털을 제거할 때 일반돼지보다 물 온도를 높게 해야 하는데 수량이 얼마 되지 않는 흑돼지를 도축하자고 자동화된 기기의 설정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고. 또 등지방을 얇게 하려고 저칼로리 사료를 만들어 먹여보고 사료에 보릿겨도 넣어줬는데 맛이 없으니 먹질 않더라. 덜 먹으니 자연스레 사육기간이 길어져서 농가 부담은 더 커지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재래돼지 활용 품종은 보급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부주도의 개량이 이뤄지지 않는데다가 무엇보다 사육 규모에도 한계가 있어 근친교배를 줄이기 어려웠다. 시장에서 선택받고 농가가 사육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다른 농장 수컷 흑돼지와의 교배였다.

유씨는 “지금 키우는 돼지들은 농진청에서 받은 돼지와 다른 흑돼지를 교배해 얻은 것이다. 섞인 종자가 듀록인지 뭔지도 알 수 없는 교잡종 수컷이었지만 개체를 퇴화시키는 근친교배를 피하고, 등지방 두께를 줄이는 등 나름의 개량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생각보다 효과를 발휘해 출하월령도 7~8개월로 처음보다 1개월 반 정도 앞당겨졌고 출하체중도 95~100kg으로 다소 늘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유씨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유씨는 개량이 이뤄져 등지방 두께를 줄일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을 충분히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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