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우리의 이웃 이주노동자

  • 입력 2019.04.14 18:00
  • 기자명 주영태(전북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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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태(전북 고창)
주영태(전북 고창)

첫 칼럼을 뭘 쓸지 내심 연구하고 있던 차에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출입국관리소 가서 데모 한번 해줘야 것는디요!”

“뭔 뜬금없는 소리다냐? 알아듣게 차분히 이야기 좀 해봐라. 뭣 때문에 왜 농민회가…?”

후배는 흥분했는지 잘 알아듣지 못할 말을 연신 해대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후배 말고도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친구와 선배들에게도 똑같은 전화를 받았다.

데모를 해야 하는 이유인즉 근래 불법이주노동자 단속이 극성인데, 이렇게 되면 농민들이 고스란히 인건비 상승과 성수기 인력난으로 피해를 본다는 얘기가 주요 골자다. 그렇다면 왜 그런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같은 업종끼리의 대책이나 고민은 아무것도 없이 농민회에서 데모만 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농민회가 뭔너메 해결사가니 그러냐, 당신들이 직접 대안을 찾아보고 해결해야지’ 하고 귓등으로 넘겼는데 지난해 같이 일을 했던 옆동네 외국인 친구가 마을에까지 찾아온 출입국사무소 직원과 도경에 의해 체포돼 갔다고 한다. 묻지마 연행에 의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죄인 끌려가듯이 봉고차에 실려 가서 어찌됐다는 얘기는 없고 본격적인 불법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한다는 얘기만 들려왔다.

겨우내 잠잠히 있다가 왜 농사철이 시작되니 이러는 것인지 의문이 일어 주변에 있는 인력사무소와 마을 빈집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다니며 무엇이 문제인지, 왜 갑자기 그렇게 강경단속을 하게 됐는지를 알아봤다. 그리고는 충격적인 얘기들에 이 나라 정부, 정말 부끄럽게 만든다 하는 생각만 들게 됐다.

점점 소멸해가고 밤 9시가 되면 적막강산이던 면소재지에 이주노동자들로 인해 식품점, 식육점, 신발가게, 식당 등이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고 편의점과 옷가게가 생기는 판에 ‘불법체류자 비율 10%’라는 정부 방침으로 4월부터 법무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에서 단속을 선포했으며 광역단속반까지 6개 조직이 365일 단속 추방하겠다고 한다.

처음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왔을 때 ‘저 새끼들’이 그이들 이름이었다. 대낮에 웃통을 벗고 다니고 여성들은 핫팬츠에 나시 티 등을 입고 담배를 태우며 도무지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행동들에 의해 그런 편견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하루 한 해 같이 부대끼며 일하다보니 문화적인 차이일 뿐 그렇게 착실하고 성실할 수가 없다. 돈 벌겠다고 멀리 타향으로 일하러 온 나이어린 청년들이 안쓰러워 마을에선 쌀을 갖다 주고 옷가지 등을 모아 전해주면서 이웃이 됐다. 마을에 살던 청년들이 객지로 떠나 마을 대소사가 있을 때 이주노동자 청년들이 그들을 대신한다.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가 아닌 같이 사는 공동체로서 인정받아 어울려 사는데 추방이라니. 그것도 미란다 원칙마저 저버린 묻지마 연행에 불법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숙소에서도 잠 못 자고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일 다닌다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잘 모르고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무관심에 벌어지고 있는 불법, 어떤 것이 더 불법일지? 우리 역시 30년 전만 해도 삼촌과 아버지들이 이주노동자가 돼 외화벌이를 했던 그때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인사도 못 나누고 잡혀 가버린 그 노동자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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