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에서 분투하는 친환경농민들

경기친농연 산지조사사업 동행기

  • 입력 2019.04.14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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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9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의 이승몽씨 농가에서 이씨(왼쪽)와 이호진 이천친농연 사무국장이 마늘밭에서 작물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씨는 일부 끝부분이 누렇고 푸석푸석한 마늘잎들을 어루만지며 시름어린 표정을 지었다.
지난 9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의 이승몽씨 농가에서 이씨(왼쪽)와 이호진 이천친농연 사무국장이 마늘밭에서 작물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씨는 일부 끝부분이 누렇고 푸석푸석한 마늘잎들을 어루만지며 시름어린 표정을 지었다.

“농관원은 맨날 잔류농약 검사만 하러 오지 경기친농연처럼 농사가 잘 됐나 안 됐나, 왜 안 됐나를 살피러 다니진 않더라고.”

“기껏 열심히 농사지었는데 벌레 때문에 작물들 망가지니까 속상해 죽겄어.”

지난 9일 이천시에서 진행한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준식, 경기친농연)의 산지조사사업 도중 농민들이 했던 말이다. 대다수 농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난해와 올해 농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기친농연은 지난 8~12일에 걸쳐 1차 산지조사사업을 진행했다. 1차 조사는 도내 19개 시·군의 감자·양파·마늘농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15명의 산지조사원들이 각자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농민들의 재배면적 및 재배작물, 재배과정의 어려움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러 다녔다.

이날 이천에서 산지조사를 진행했던 이호진 이천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양파는 원래 이 시기에 30~50cm 정도 자라는 게 일반적인데, 농가들 중엔 양파가 10cm 밖에 자라지 못한 곳들이 많았다”며 “최근의 기후변화 때문에 전반적으로 양파 작황이 안 좋은 곳이 많다”며 걱정했다. 조사 대상 농가들은 거의 대부분 학교급식에 생산물을 납품하는 농가들인데, 작물이 잘 자라지 않아 급식 출하를 하지 않겠다는 농가도 있었다.

마늘농가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병해충 방제에 애를 먹은 농가들이 많았다. 이천시 대월면에서 친환경 마늘을 재배하는 신동식씨는 “올해 뿌리응애와 환선충 등의 해충이 닥쳐서 방제하느라 힘들었다”며 “마늘농사는 잘 되다가도 이처럼 기습적인 병해충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며 걱정스런 얼굴로 마늘밭을 봤다.

농사비용도 점차 증가한다. 신씨는 갑작스런 병해충 때문에 충제 ‘충격탄’을 샀는데, 약 하나당 2만5,000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친환경농가들 입장에선 인건비 걱정도 크다. 한 양파 재배농민은 “작년 일 도와줄 아주머니 한 명당 하루 7만3,000원 하던 일당이 올해 8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호법면에서 친환경 채소류 재배 및 승용마를 사육하는 이승몽씨는 마늘밭에서 끝부분이 누렇고 푸석푸석한 마늘잎들을 어루만지며 시름어린 표정을 지었다.

“기후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동해로 인한 증상이다. 우리 농가는 그래도 상황이 낫지만, 이천지역 다른 마늘농가들 중엔 춘부병(잎집썩음병) 때문에 농사를 망친 곳들이 있다. 마늘 충제인 ‘충격탄’을 사서 병해충 방제를 시도하면 효과가 있지만, 그걸 너무 많이 뿌리면 마늘밭의 다른 미생물들까지 다 죽이기 때문에 조절을 잘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씨는 이어 “경기친농연에서 품목별 연구반을 만들고 산지조사사업을 벌이며 작물별 병해충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인데, 농진청 및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친환경농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한 연구 및 그에 알맞은 병해충 방제 기술 개발·보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도의 친환경농민들은 심각한 기후변화 속에서 분투하고 있었다. 경기친농연은 산지조사사업을 통해 각 지역, 각 농가별 생산량과 작물 상태 등을 조사해, 향후 농민들이 더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축적·정리할 방침이다. 경기친농연은 오는 15~19일에 걸쳐 1차 조사 과정에서 취합한 자료를 정리·분석한 뒤, 다음달 2차 조사를 가질 예정이다. 조사결과는 향후 경기친농연의 친환경농산물 표준 매뉴얼 작성 및 행정 지원안 근거로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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