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밥상’ 차리는 한살림이 되겠다

인터뷰 l 조완석 한살림연합 상임대표

  • 입력 2019.04.14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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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조완석 한살림연합 새 상임대표는 이번 인터뷰가 난생 첫 인터뷰라 했다. 첫 인터뷰라 쑥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보인 모습은 결코 처음 인터뷰했다고 믿기 어려웠다.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하게, 그러면서도 드팀없이 한살림연합의 사업계획 및 복원하고자 하는 가치들을 이야기했다.

그의 내공은 30년간 한살림의 조합원이자 일꾼으로 일하며 쌓인 것이었다. 조 대표는 1990년 한살림 초창기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한살림 가치의 실현을 위해 봉사했다. 그는 지난달 6일 곽금순 전 상임대표에 이어 한살림의 새 대표자로 선출됐다.

한살림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나?

지역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게 좋았다. 직장 생활 당시 마을모임이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직장 간 사이에 마을모임 엄마들이 아이들을 돌봐줬다. 양육과 관련된 다양한 소통도 가졌다.

가장 좋았던 건 생산자들과의 교류 였다. 생산자들로부터 포도와 사과를 받을 때 함께 받은 편지가 기억에 남는다. “이 사과를 드셔 주시면 앞으로 더 맛있는 유기농 사과를 만들겠습니다”라며 구구절절이 쓴 편지를 아이들과 함께 보며 감동 받았다. 이는 아이들에게도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와 지금의 한살림을 비교하면?

과거에 비해 공동체성이 약화된 게 아쉽다. 여전히 한살림 마을모임에서 정보를 얻지만, 예전처럼 공동체 성원 간의 끈끈함을 찾긴 쉽지 않다.

한살림 활동하면서 바라본 우리 농민들의 삶은 어땠나?

그 동안 정부의 농업정책으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이 컸다.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저곡가 정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수입농산물에 대한 규제완화도 계속되고 있다.

생산자들의 삶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환경의 악화, 친환경농산물 대신 나타나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먹거리들의 등장, 먹거리 유통체계 변화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의 난관으로 생산자들의 앞길이 막막하다. 과거에 비해 생산자-소비자 간 교류와 소통도 약화됐다. 농촌 고령화도 심화됐는데 대를 이어 농사지을 후계자도 찾기 힘들다.

특히 소농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크다. 우리나라 농업통계를 보면 90%의 소득을 10%의 농가에서 가져갈 정도로 양극화가 심각하다.

약화된 생산자-소비자 간 교류 강화를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 한살림이 내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도농교류’ 강화다. 조합원의 형식적인 생산지 방문으로 그치는 걸 넘어 농민들의 삶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도농교류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여성 생산자의 애환과 노동에 대한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에 관련된 교류를 늘려가고자 한다.

한편 일본 생협들의 경우 물건 결품 시 ‘아름다운 결품’이란 이름으로 결품 과정을 이해하는 활동을 한다. 우리도 결품이 됐을 시 왜 결품이 됐는지, 결품조차도 얼마나 소중한지, 풍년 물품이 나오면 산지의 어떤 사정으로 풍년 물품이 나오는지, 우리가 그걸 왜 소비해야 하는지를 홍보하는 활동을 진행코자 한다.

이와 함께 올해 참여인증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단순히 잔류농약의 검출 여부만 따지는 기존 인증제의 한계를 넘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농산물이 생산되는지를 생산자·소비자가 함께 보는 참여인증제를 올해 본격적으로 개시할 계획이다.

생산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현재 서울 동북4구 및 강동구의 공공급식센터 사업에 한살림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정부 및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푸드플랜에 발맞춰, 생산자들의 공공급식 분야로의 유통망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푸드플랜 관련 정책개선 요구 및 식생활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농지살림운동을 전개해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친환경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을 확대코자 한다. 생산안정기금·가격안정기금도 확대해 책임생산·책임소비가 잘 이어지도록 만들 방침이다. 장기적으론 농촌 후계농 양성을 위한 사업도 벌여나가고자 한다.

올해 한살림의 슬로건 ‘세상의 밥이 되는 한살림’의 의미가 궁금하다.

한살림 생명운동의 핵심은 ‘밥 운동’이다. 그 동안 한살림이 만들어온 ‘집의 밥상’을 ‘사회의 밥상’으로 한층 키워 차리고자 한다. 개개 가정을 넘어 전 사회, 즉 공적 영역에서 건강한 먹거리의 공급을 늘리고, 이 과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 환경과 미래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살림은 이와 관련해 돌봄사업도 준비 중이다. 현재 아이돌봄과 노인돌봄 사업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건강한 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돌봄 사업, 즉 마을밥상·어린이밥상 등을 중점사업으로 진행하려 한다.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생산지에 대한 돌봄이다. 생산자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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